서울 25개 자치구가 8월 12일 주거지역 데이터센터 건립을 제한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지만, 아직 조례와 건축법 개정을 향한 건의·추진 단계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승부처는 부지 확보와 인허가 속도인데, 이번 규제는 그 병목을 키우는 방향이다. 다만 대형 데이터센터는 원래 서울 외곽에 몰려 있어, 관련주 리스크는 규제 확산 속도로 판단하는 편이 맞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8월 12일 제203차 정기회의에서 주거지역 데이터센터 건립을 제한하는 제도 개선안을 25개 자치구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도심에 늘자 주민 반발이 커진 데 따른 대응이다.
투자자가 먼저 구분할 지점은 이게 '확정된 규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의결의 내용은 세 가지인데, 성격이 다르다. 모든 데이터센터를 자치구 건축심의 대상에 넣는 건 서울시 건축위원회 운영기준을 바꾸면 되는 부분이고, 제2·3종 일반주거지역 건립 제한은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준주거·준공업·상업지역까지 지자체가 허가를 판단하게 하는 건 정부에 건축법 개정을 건의하는, 시간이 더 걸리는 사안이다. 즉 지금은 방향을 정하고 절차를 밟기 시작한 단계다.
현행 건축법상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제1종 일반주거지역을 빼면 대부분 지역에 지을 수 있다. 규제가 노리는 건 이 넓은 입지 가능 범위를 심의라는 문턱으로 좁히는 것이다.

Vitali Adutskevich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실제 승부처는 전력과 부지 확보, 그리고 인허가 속도다. 이번 규제는 이 가운데 부지와 인허가를 동시에 건드린다. 건축심의가 의무화되면 사업 검토 단계에서 통과 여부의 불확실성과 소요 기간이 늘어난다. 주거·준주거 부지를 염두에 뒀던 계획일수록 대안 부지를 다시 찾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부지 시장은 이미 빡빡하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부지는 2~3년 전만 해도 평당 2000만원 이하였지만 최근엔 평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 한전의 전기사용통지 요건이 강화되고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전력 계약을 미리 확보한 부지에는 웃돈이 붙는다. 입지 규제는 이 병목을 한 단계 더 조이는 방향이다.
다만 과장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용수, 지가 문제로 원래 서울 도심 주거지보다 수도권 외곽 산업단지나 지방을 선호해 왔다. 그래서 서울 주거지 규제 자체가 대형 사업자의 핵심 파이프라인을 곧바로 무너뜨린다고 보긴 어렵다. 타격이 큰 쪽은 도심 소형 데이터센터나 임대형 코로케이션을 노린 개발 건이다.
관련주 관점에서 이번 사안의 무게는 '서울 한 도시의 결정'이 아니라 '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 판단할 때 볼 지점은 네 가지다.
첫째, 서울시가 도시계획 조례와 건축위원회 운영기준을 실제로 언제 개정하는지다. 의결과 시행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둘째, 정부가 건축법 개정 건의를 받아들이는지다. 이게 되면 규제가 전국 기준이 된다. 셋째, 다른 지자체로의 확산이다. 인천 등에서도 도심 데이터센터 건축 규제 논의가 이미 나오고 있어, 수도권 전반으로 번지면 부지 선택지가 함께 줄어든다. 넷째, 전력 관련 규제와의 중첩이다. 부지 규제와 전력 확보난이 겹치면 사업 지연 효과가 더해진다.
정리하면, 지금 단계에서 관련 종목을 볼 때는 확정된 악재로 반영하기보다 규제의 진행 속도를 추적 변수로 두는 편이 맞다. 보유 종목이 서울·수도권 주거지 인근 부지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전력 계약과 인허가를 이미 확보한 부지를 어느 정도 쥐고 있는지, 수도권 밖 대안 부지가 있는지를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하는 게 감정적 반응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