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상반기 미국 대형 가스터빈 시장에서 29대 중 7대를 수주해 1대에 그친 지멘스에너지를 앞섰다. 6월 말 수주잔고가 26조원을 넘어 1년 전보다 60% 이상 늘며 수주가 실적으로 전환되는 초입에 들어섰다. 다만 좋은 회사와 좋은 매수 가격은 별개인 만큼, 수주잔고 방향과 실적 반영 속도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대형 가스터빈 시장은 오랫동안 미국 GE, 일본 미쓰비시, 독일 지멘스 세 회사가 나눠 가진 무대였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구도를 흔들었다. 발주된 215메가와트(㎿)급 이상 대형 가스터빈 29대 가운데 두산이 7대를 따냈고, 전통 강자 지멘스에너지는 1대에 그쳤다.
후발주자로 분류되던 회사가 상반기 수주 건수에서 빅3의 한 축을 앞선 것이다.

Brett Sayles
| 업체 | 상반기 미국 수주 | 비중 |
|---|---|---|
| GE | 13대 | 44.8% |
| 미쓰비시파워 | 8대 | 27.6% |
| 두산에너빌리티 | 7대 | 24.1% |
| 지멘스에너지 | 1대 | 3.4% |
두산의 수주는 상당수가 북미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물량으로, 관련 계약이 12건에 이른다. AI 전력 수요라는 이야기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경쟁의 바탕에는 기술 사양이 있다. 두산이 앞세운 H-클래스 가스터빈은 복합화력 방식에서 63% 이상의 발전 효율을 낸다. 같은 연료로 더 많은 전기를 뽑아낸다는 뜻이어서, 전력 단가에 민감한 데이터센터 발주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상반기 수주 성적이 우연이 아니라는 근거이기도 하다.
수주는 곧바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 발전 설비는 제작과 납품에 수년이 걸리고, 매출은 공사 진행에 맞춰 나눠 인식된다. 그래서 지금 쌓인 수주잔고가 앞으로 몇 년치 실적의 밑바탕이 된다. 투자자가 수주 소식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6월 말 수주잔고는 26조35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60.4% 늘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5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10억원보다 69.7% 증가했다. 쌓인 수주가 실적으로 옮겨가는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회사는 생산능력도 키우고 있다. 2028년까지 가스터빈 연간 생산 규모를 지금의 1.5배인 12대로 늘리고, 2030년까지 누적 45기, 2038년까지 누적 105기 수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목표가 실제 이행되는지는 앞으로 분기별 수주로 확인할 몫이다.
가스터빈 관련주를 살필 때 확인할 지점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경쟁에서 앞서는 것과 지금 주가가 적절한지는 다른 문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상반기 실적과 수주라는 근거를 갖췄지만, 그 기대가 이미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진입 시점마다 다르게 따져야 한다. 국내 원전·에너지 종목이 최근 한 달 새 18~20% 오른 만큼, 좋은 회사라는 판단과 지금이 좋은 가격이라는 판단을 구분해서 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