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최대 2조달러 몸값으로 올해 9~10월 IPO를 추진하면서 국내 반도체 테마주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를 거치지 않고 AI 모델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통로가 열린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핵심 변화다. 확정 밸류에이션, 서학개미 순매수 방향, 빅테크 투자 계획, 삼성 HBM4 성과를 함께 확인하는 게 판단에 도움이 된다.
앤트로픽이 올해 9~10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시장에서는 최대 2조달러 몸값이 거론된다. 주관사인 모간스탠리·골드만삭스가 투자자와 1,000억달러 안팎 조달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2조달러는 확정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투자자 기대치에 가깝다.
근거는 실적이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ARR)은 2025년 말 90억달러에서 올해 7월 말 650억달러 이상으로 7배 넘게 늘었다. 이 매출 기준 주가매출비율(PSR)은 약 30배 수준이다. KB증권은 팔란티어·네비우스 같은 AI 기업도 이미 30배 이상에서 거래된다는 점을 들어 극단적 고평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OpenAI의 가격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앤트로픽 모델의 사용 비용이 OpenAI 대비 두 배 이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이 같은 해에 상장하면 미국 IPO 시장의 자금 여력 자체가 변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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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내 반도체주가 AI 이슈에 반응한 방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의 데이터센터·AI 투자 확대 소식이 나오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기대가 커지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함께 움직였다. SK하이닉스는 HBM3E 공급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고, HBM 공급 부족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앤트로픽 IPO가 이전과 다른 점은 성격이다.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가 AI에 베팅하는 통로는 주로 반도체라는 후방산업이었다. 앤트로픽이 상장하면 반도체를 거치지 않고 AI 모델기업 자체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KB증권은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 수급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앤트로픽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선례는 스페이스X다. 올해 6월 기업가치 1조7700억달러로 상장했을 때 국내 투자자들은 환율 부담에도 대량 매수에 나섰다. 같은 흐름이 앤트로픽에서 반복되면, 반도체 테마주 입장에서는 수급이 빠져나가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이슈는 실적 악화가 아니라 자금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주가 방향보다 아래 신호들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
정리하면, 반도체 실적 자체가 꺾인 상황은 아니다. HBM 수요 전망은 여전히 살아 있고, 밸류에이션도 동종 대비 극단은 아니다. 다만 수급이 모델기업으로 직접 이동할 창구가 처음 열린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새로움이다. 반도체주를 들고 있다면 실적보다 자금 흐름을, AI에 베팅하려면 반도체 우회 대신 직접 투자라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