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55조원 자사주 매입이 현재 속도라면 10월 초중순 조기 소진될 전망이다. 지수를 떠받쳐온 매수 주체가 빠지면서 수급 공백 우려가 커지지만, 반대편에는 HBM·낸드 슈퍼사이클이라는 펀더멘털 변수가 있다. 매입 잔여물량 공시, 외국인 순매수, 거래대금, 메모리 가격 네 가지를 확인하면 종료 전후의 방향을 먼저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월 20일 나란히 시작한 자사주 매입은 지금까지 지수를 떠받친 사실상의 유일한 매수 주체였다. 삼성전자는 15조원,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로 합쳐 55조원짜리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이 매수세가 곧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로운경제TV 등 시장 분석에 따르면 현재 매입 속도가 유지될 경우 삼성전자는 10월 8일, SK하이닉스는 10월 16일 전후로 예정 물량을 소진할 수 있다. 공시상 완료일이 11월 하순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이상 빠른 조기 종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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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이고, 매일 일정 규모의 매수 주문을 시장에 넣어 하방을 물리적으로 받친다. 거래가 얇을수록 이 효과는 커진다. 실제로 코스피는 거래대금이 급감한 박스권에 갇혀 있고,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거래대금은 최고치 대비 60%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수 주체가 자사주 매입 하나에 쏠려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매입이 소진되는 국면에서는 그동안 눌려 있던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지지선이 하나 빠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기 소진 날짜는 확정이 아니라 매입 속도를 그대로 연장한 추정치다. 회사가 남은 물량을 며칠에 걸쳐 분산하면 종료 시점은 뒤로 밀린다.
지지선이 빠지는 것과 별개로, 이번 국면에는 이전과 다른 펀더멘털 변수가 있다. AI 메모리 업사이클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범용 D램과 낸드로 번지면서, 파이낸셜뉴스가 전한 전망대로 2027년 메모리 시장 규모가 8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DDR4·DDR5 공급 부족은 이미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정리하면 수급 공백이라는 단기 악재와 실적 개선이라는 중기 호재가 맞물린 구간이다. 매입 종료가 곧바로 하락을 뜻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종료 직후의 흐름은 이 두 힘 중 어느 쪽이 이기느냐로 갈린다.
같은 자사주 매입이라도 두 회사의 성격은 다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매입분을 전량 소각하고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환원한다. 소각은 주식 수 자체를 줄여 주당 가치를 직접 끌어올린다.
반면 삼성전자는 금융산업 구조개선법(금산법)에 걸려 매입분을 소각하지 못한다. 소각하면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지분율이 법적 한도인 10%를 넘기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의 매입은 '사서 보유'에 그친다. 매입 종료의 충격도, 종료 후 재개 여력도 두 종목을 같은 잣대로 보면 안 된다.
단기 매매로 대응한다면 종료 시점 자체보다 그 전후의 수급 신호를 봐야 한다. 다음 네 가지가 방향을 먼저 알려준다.
매입이 끝나는 날을 D데이로 볼 필요는 없다. 그날 전후로 이 네 지표가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0월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