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일본 스코히아 파마와 함께 개발 중인 4중 작용 비만약 CT-G32의 비임상(동물) 결과가 11월 초 유럽 학회에서 공개됐다. 동물에서 경쟁 약보다 감량 폭이 컸다는 내용이지만, 아직 사람 대상 임상은 시작도 하지 않았고 매출까지는 1~3상과 승인이 남아 있다. 임상 발표 뉴스를 주가에 반영할 때는 지금이 어느 단계인지, 데이터가 동물인지 사람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셀트리온은 11월 4일, 일본 스코히아 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CT-G32(SCO-940)의 비임상 결과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TIDES Europe 학회에서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약은 GLP-1, GIP, 글루카곤, 아밀린 등 네 가지 호르몬 경로에 동시에 작용하는 4중 작용제로, 회사는 이런 조합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한다.
동물 모델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와 같은 용량으로 비교했을 때 체중 감량 폭이 더 컸고, 체중이 빠지는 과정에서 근육과 뼈를 포함한 제지방이 덜 줄었다고 한다. 영장류 약동학에서는 약효가 오래 유지돼 주 1회 투여 제형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이 결과는 전부 동물실험, 즉 비임상 단계의 데이터이고 사람에게 투여한 자료는 아직 없다.
Photo by Anne Nygård on Unsplash
신약이 동물 데이터에서 매출로 이어지려면 긴 통로를 지나야 한다. 셀트리온은 2027년 2월까지 미국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같은 해 2분기에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한다. 즉 지금은 사람 대상 1상이 시작되기도 전이다.
단계마다 통과 확률은 낮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추정으로 신약 후보가 임상 1상에 들어가 최종 승인까지 가는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특히 효능을 처음 본격 검증하는 2상이 가장 큰 고비로 꼽힌다. 화이자의 경구용 GLP-1 후보가 2상에서 간 독성 사례로 중단된 것이 대표적이다. 1상부터 허가까지 평균 10년 안팎이 걸린다는 점도 투자 시계와 맞춰 봐야 한다. 동물에서의 우위가 사람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비만약 시장은 이미 붐빈다. 글로벌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GLP-1·GIP 이중작용제)와 3상을 진행 중인 레타트루타이드가 선두권이다. 셀트리온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약이 곧 경쟁 약이라는 점은 그 자체로 시사적이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앞서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 3상 중간 결과에서 투약 40주차에 5% 이상 체중이 줄어든 대상자가 79.42%로 나왔고,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셀트리온이 1상 진입을 준비하는 사이, 경쟁자들은 이미 사람 데이터와 출시 일정을 손에 쥐고 있다. 후발주자가 차별화할 지점은 근손실을 줄였다는 기전적 장점을 사람에서 입증할 수 있느냐다.
임상 소식에 주가가 출렁이는 건 제약주의 특성이다. 하지만 발표 한 건의 무게는 제각각이다. 매수·매도를 판단하기 전에 다음을 확인하면 기대와 실제를 구분하기 쉽다.
정리하면, 셀트리온의 4중 작용 비만약은 기전상 매력적인 카드지만 지금 확인된 것은 동물 데이터뿐이다. 임상 발표가 나올 때마다 이 글의 체크포인트로 단계와 데이터의 질을 먼저 가늠하면, 서사에 떠밀려 기대를 과하게 싣는 일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