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경상수지는 461억 달러 흑자로 역대 2위이며, 1~8월 누적 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네 배에 이른다. 흑자로 공급된 달러가 외환시장에 풀리며 원화 강세와 환율 하락으로 이어져 외국인 자금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다. 다만 흑자가 반도체·IT에 쏠려 있고 4분기 배당 지급이 변수라, 지수 전체 상승으로 직결되는지는 수급과 업종을 나눠 확인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10월 8일 발표한 8월 경상수지는 461억 1000만 달러 흑자다. 지난 6월(497억 달러)에 이은 역대 2위이고, 400억 달러를 넘긴 흑자가 석 달째 이어졌다. 1~8월 누적 흑자는 279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96억 달러)의 약 네 배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흑자를 4500억 달러로 보는데, 지난해 연간 흑자(1231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흑자를 끌어올린 건 상품수지로, 8월 상품수지는 468억 달러 흑자였고 수출은 1048억 달러로 석 달 연속 1000억 달러를 넘었다. 다만 전년 대비 82% 증가라는 수치는 지난해 기저가 낮았던 영향이 섞여 있어, 증가율보다 절대 규모와 지속성을 보는 편이 안전하다.
| 월 | 경상수지 | 비고 |
|---|---|---|
| 6월 | 497억 달러 | 역대 1위 |
| 7월 | 421억 달러 | 3개월 연속 400억 돌파 시작 |
| 8월 | 461억 달러 | 역대 2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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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는 결국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나가는 달러보다 많다는 뜻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되면 달러 값은 떨어지고 원화는 강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렇게 쌓인 달러가 7월부터 시장에 유입되며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10월 6일 1330원대로 다시 내려왔다. 다만 이 증권사는 하락 속도가 지금처럼 가파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하반기 평균 전망을 1380원으로, 연말 범위를 1280~1420원으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와 외환당국의 속도 조절이 추가 하락을 막는 힘이다.
원화가 강해지면 외국인에게는 두 가지가 좋아진다. 하나는 환차익 기대다. 원화로 표시된 자산을 달러로 환산할 때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신흥국 투자심리로, 통화가 안정되면 자금이 들어오기 쉬워진다.
그래서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강세는 외국인 순매수의 배경이 되곤 한다. 다만 환율은 흑자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미국 금리와 달러인덱스, 국민연금의 환헤지 정책 같은 변수가 함께 움직인다. 흑자는 방향을 잡아 줄 뿐, 환율 레벨 자체는 여러 힘이 겹친 결과다.
첫째, 흑자가 특정 업종에 쏠려 있다. 8월 IT 품목 수출은 1년 전보다 162% 늘었지만 비IT는 8% 증가에 그쳤다. 반도체가 흑자를 끌고 있다는 뜻이고, 수급도 지수 전체가 아니라 반도체와 그 주변으로 몰릴 수 있다.
둘째, 원화 강세는 양날의 칼이다. 외국인에게는 유리해도, 수출 기업은 달러로 번 돈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 실적에 부담이 된다.
셋째, 시차가 있다. 경상수지는 이미 벌어진 결과를 보여 주는 지표이고, 주가는 앞으로의 기대를 반영한다. 흑자가 역대급이어도 시장이 이미 반영했다면 추가 동력은 제한적이다. 거꾸로 4분기에는 기업들의 배당 지급으로 본원소득수지가 나빠지며 달러가 빠져나갈 수 있는데, 한국은행도 이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도체에 기댄 흑자가 이어질지 보려면 항목을 나눠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 네 가지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흑자가 수급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지표가 엇갈린다면 흑자 규모만 보고 낙관하기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