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상수지가 461억 달러 흑자로 역대 2위를 기록했지만, 같은 시기 코스피는 외국인 순매도로 하락했다. 흑자는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라는 두 관문을 거쳐야 증시로 닿기 때문에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흑자의 구성과 품목 쏠림, 원/달러 환율, 외국인 수급 추세를 함께 확인해야 흑자 뉴스를 매매 판단에 쓸 수 있다.
8월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 달러 흑자로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반도체 수출이 끌어올린 수출 주도형 흑자이고, 3개월 연속 400억 달러를 넘겼다. 1~8월 누적만 2,79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네 배 수준이다.
그런데 10월 8일 코스피는 2.62% 떨어진 6,625.93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분기 호실적을 내놓은 날이었는데도 그랬다. 같은 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6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흑자가 사상 최대급으로 쌓이는 동안 지수는 빠진다. 이 간극을 이해하려면 흑자가 증시로 '직접' 들어오는 게 아니라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라는 두 관문을 거친다는 점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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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는 나라 전체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내보낸 돈보다 많다는 뜻이다. 그 달러가 국내로 들어와 원화로 바뀌면 원화 수요가 늘어 이론상 원화 강세, 즉 환율 하락 요인이 된다.
문제는 현실이 그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해외 공장이나 해외 자산에 재투자하면 그 달러는 국내 외환시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미국 금리가 높아 달러를 들고 있으려는 힘이 세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10월 8일 원/달러 환율은 1,338.5원이었다. 흑자가 역대급인데도 원화가 뚜렷한 강세를 보이지 못하는 구간이다. 흑자가 곧 원화 강세는 아니라는 신호다.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만 보지 않는다. 한국 주식을 달러로 환산한 수익, 즉 환차익과 환차손을 함께 계산한다. 원화가 오를 것 같으면 주가 상승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려 사들이고, 떨어질 것 같으면 반대로 움직인다.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의 기초체력을 받쳐주는 재료다. 하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 경로나 달러 강세 같은 글로벌 변수가 더 크게 작동하면, 흑자만으로는 외국인을 붙잡지 못한다. 10월 8일의 대규모 순매도가 그 장면이다.
첫째, 지금의 흑자는 반도체에 쏠려 있다. 수혜가 일부 종목과 섹터에 집중되면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힘은 약해진다.
둘째, 기업이 번 돈이 증시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대신 해외 투자나 사내 유보로 흘러가면 국내 주식 수요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셋째, 외국인 수급은 국내 지표보다 글로벌 매크로에 더 민감하다. 미 금리, 달러인덱스, 지정학 변수가 흑자라는 호재를 덮어쓴다.
넷째, 흑자의 '질'을 봐야 한다. 수입이 급감해 생긴 불황형 흑자라면 오히려 내수 위축 신호다. 다만 지금은 수출이 끌어올린 흑자여서 이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흑자 발표 한 줄만 보고 매수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숫자를 판단으로 바꾸려면 아래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최근 흑자 규모의 흐름은 아래와 같다.
| 시점 | 경상수지 흑자 | 성격 |
|---|---|---|
| 5월 | 386.1억 달러 | 당시 역대 최대 |
| 6월 | 497.3억 달러 | 역대 최대·수출 1,000억 돌파 |
| 8월 | 461.1억 달러 | 역대 2위·반도체 주도 |
흑자는 원화와 수급을 받치는 긍정적 토대가 맞다. 다만 그 힘이 증시까지 닿을지는 환율 방향과 외국인 수급, 글로벌 금리가 함께 정한다. 흑자 뉴스는 매수 신호가 아니라, 위 지표들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알림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