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로 WTI가 하루 만에 7% 넘게 빠지며 배럴당 96달러대로 내려오자, 연료비와 원료비가 비용의 큰 축인 항공·석유화학이 수혜 업종으로 먼저 거론된다. 반대로 정유는 재고평가손실 위험과 정제마진 방어가 엇갈려 단순히 피해 업종으로 보기 어렵다. 이번 하락이 협상 '기대'에 기댄 만큼, 협상이 흔들리면 되돌림이 클 수 있어 호르무즈 해협과 정제마진을 순서대로 지켜봐야 한다.
현지시간 11월 2일 WTI 12월물은 7.36% 급락해 배럴당 96.46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7.63% 내린 104.77달러를 기록했다. 직전까지 중동 긴장으로 치솟았던 가격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로 하루 만에 방향을 틀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포함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공급 차질 우려를 덜어낸 것이다.
유가가 이 정도로 크게 움직이면 업종별 손익 계산이 엇갈린다. 비용에서 기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쪽은 숨통이 트이고, 기름을 팔아 돈을 버는 쪽은 셈법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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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거론되는 수혜 업종은 항공이다. 항공사는 유류비가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유가가 내리면 원가 부담이 직접 줄어든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유가가 내리면 승객에게 받는 유류할증료도 함께 낮아져 운임 인하 압력이 생긴다. 원가 절감분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남지 않고 일부는 운임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석유화학은 양면적이지만 방향은 우호적이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유가를 따라 내려 원가 부담이 준다. 그러나 나프타로 만든 제품 가격도 같이 내려가기 때문에, 실제 이익은 원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 곧 스프레드가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원가만 보고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연료비 비중이 큰 해운·물류, 타이어 업종도 원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축이다.
유가가 내리면 정유사가 손해 아니냐는 생각이 흔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맞다. 비싸게 사 둔 원유와 제품 재고의 평가액이 떨어지면서 재고평가손실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정유사 실적의 핵심은 원유값 자체가 아니라 정제마진이다. 원유를 사서 휘발유·경유로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남는 차익인데, 제품 가격이 원유보다 덜 떨어지면 오히려 마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유가 하락이 반드시 정유주의 악재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유는 유가 방향보다 정제마진과 재고 관리를 함께 봐야 판단이 선다.
이번 하락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전제는 동력이 '협상 기대'라는 점이다. 실제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화가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가격을 끌어내렸다. 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 조짐을 보이면 공급 차질 우려가 되살아나 유가가 빠르게 되돌아설 수 있다. 수혜 업종에 기대를 걸 때도 이 반등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 유가가 급락하던 국면에서 정유·화학주가 밀리고 항공주가 크게 오른 장면이 반복되긴 했지만, 그때의 조건과 지금이 같지는 않다. 방향만 보고 들어가기보다 흐름이 이어질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점검은 단계별로 하면 혼란이 줄어든다. 첫째,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여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가 실제로 합의되는지가 이번 하락의 지속성을 가른다. 둘째, OPEC+의 증산·감산 결정이다. 산유국이 공급을 조절하면 협상 변수와 별개로 가격이 움직인다. 셋째, 정제마진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버티는지를 보면 정유 업종의 체력을 가늠할 수 있다. 넷째, 원유 재고와 달러 흐름이다. 이 순서로 보면 지금의 급락이 추세인지 일시적 반응인지 조금 더 또렷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