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월 비농업 고용이 예상의 세 배 가까운 16만5,000명으로 나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렸다. 고용이 강하면 금리를 오래 높게 유지할 명분이 생겨 국채금리가 오르고, 이는 미래 이익으로 평가받는 성장주엔 부담, 금리가 이익으로 연결되는 은행주엔 상대적 호재로 갈린다. 다음 방향은 11월 10일 소비자물가와 12월 8~9일 연준 회의에서 드러난다.
11월 6일 발표된 미국 10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16만5,000명이었다. 시장 예상치 5만9,000명의 세 배에 가깝다. 실업률도 4.1%로 예상(4.2%)을 밑돌았다.
고용이 이렇게 강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 입장에서 서둘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줄어든다. 경기가 버티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리 인하' 기대는 뒤로 밀리고 '더 오래 높게'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다.
이 기대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 국채금리다. 제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도 고용 호조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 우려가 증시에 부담을 줬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다시 5%를 넘어선 상태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는 연 3.50~3.75%에서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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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는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먼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기대하고 사는 주식이다. 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잣대가 금리다.
금리가 오르면 같은 미래 이익이라도 현재 가치로 깎여 보인다. 10년 뒤 100만 원의 가치가 금리 3%일 때와 5%일 때 크게 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성장주, 특히 당장 이익은 적고 성장 기대만 높은 종목일수록 할인 폭이 커진다. 제민일보도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성장주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고 짚었다.
다만 11월 6일 뉴욕 시장은 전날 급락에 대한 저가 매수가 들어오며 엇갈렸다. 나스닥은 1.09%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21% 뛰었다. 엔비디아는 5%대, 마이크론은 약 6% 올랐다. 반면 다우존스는 0.46% 내렸고, 반도체 반등이 업종 전반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루 반등과 추세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은행의 핵심 수익은 예금으로 싸게 빌려 대출로 비싸게 빌려주는 차이, 즉 순이자마진에서 나온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이 마진이 넓어질 여지가 생긴다. 성장주와 달리 금리 상승이 곧바로 이익 기대와 연결되는 구조다.
단 조건이 있다. 은행은 짧은 돈을 빌려 긴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의 차이, 즉 수익률 곡선의 모양이 중요하다. 단기 금리만 오르고 장기 금리가 눌리면 마진이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같은 금리 상승이라도 '경기가 좋아서 오르는' 경우와 '경기 침체가 걱정돼 오르는' 경우는 은행주에 정반대로 작용한다. 전자라면 대출은 늘고 부실은 적어 은행에 우호적이고, 후자라면 대손 부담이 커져 마진 개선 효과가 상쇄된다. 이번 고용 호조는 전자 쪽에 가깝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비중이 큰 시장이다. 반도체는 경기에 민감한 동시에 성장주 성격도 강해, 미국 금리와 기술주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외국인 자금 흐름과 원·달러 환율을 통해 국내 성장주에 그대로 압력이 전해지기 쉽다.
반대로 국내 은행·금융주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버티는 쪽이다. 미국에서 성장주와 금융주가 갈라지는 구도가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되는 셈이다. 물론 국내 금리와 통화정책이라는 변수가 따로 있어 그대로 복사되지는 않는다.
방향을 확인할 지점은 분명하다. 먼저 미 노동통계국 일정상 10월 소비자물가(CPI)가 11월 10일 발표된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금리 더 오래 높게' 쪽에 힘이 실려 성장주 부담이 커진다.
이어 연준 통화정책 회의(FOMC)가 12월 8~9일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와 경제전망요약이 함께 공개돼, 인하가 미뤄지는지 아니면 인상 가능성까지 열리는지 가늠할 수 있다. 11월 소비자물가는 그 이튿날인 12월 10일 나온다.
정리하면, 고용 호조 자체가 악재는 아니다. 다만 그것이 금리 경로를 바꾸는 순간 성장주와 은행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린다. 두 지표 발표일을 달력에 표시해두는 것이, 하루치 등락에 흔들리는 것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