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인사들의 데이터센터 규제 공약 우려로 11월 6일 코스피가 6%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공약은 전력 수요 자체를 없애기보다 신규 인허가와 투자 속도를 늦추는 쪽이어서, 미국 수출 비중이 커진 국내 전력기기주의 길목과 겹친다. 공약이 실제 규제로 바뀌는지는 주지사 권한 범위, 기존 허가 사업 처리, 연방 입법 가능성 세 가지로 확인할 수 있다.
11월 6일 코스피는 324.11포인트(6.02%) 떨어진 5059.69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 4911선까지 밀리며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20분간 발동됐고, 이틀 새 낙폭은 11%에 이른다. 외국인은 2조7690억원을 순매도했고, 장중 삼성전자는 11%, SK하이닉스는 13.8%까지 빠졌다.
방아쇠는 미국이었다. 간밤 나스닥이 5.52%,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2.25% 급락했다.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진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해질 거란 우려가 번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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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중심은 텍사스였다.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 당선인은 10월 공약 영상에서 "주민을 보호할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모든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텍사스는 골드만삭스 기준 미국 신규 데이터센터 계획 용량의 약 25%가 몰린 곳이고, 전력망 운영기관 ERCOT에 접수된 접속 신청만 400GW를 넘는다.
규제가 주가로 번지는 길은 대체로 세 단계를 거친다. 인허가가 막히면 신규 데이터센터 착공이 늦춰진다. 착공이 늦으면 전력망 연결과 전력기기 발주가 미뤄진다. 발주가 미뤄지면 그 장비를 만드는 기업의 매출 인식 시점이 뒤로 밀린다.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수요가 매출로 바뀌는 속도가 느려지는 구조다.
한국에서 이 경로와 가장 가까운 업종은 전력기기다. 관세청 집계로 올해 1~3분기 1만kVA 초과 대형 변압기의 미국 수출액은 8억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2% 늘었다. 전체 대형 변압기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1.9%에서 올해 69.4%로 뛰었다. 수출의 3분의 2 이상이 미국 한 곳에 쏠려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는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의 실적과 직접 맞물린다. 세 회사 모두 미국 현지 공장을 키우는 중이다. 효성중공업은 테네시 멤피스 공장에 1억5700만달러를 투자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늘리기로 했다.
거리가 먼 쪽도 있다. 반도체·AI 칩주는 이번 낙폭이 가장 컸지만, 전력기기는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빨리 돌아가느냐'보다 '얼마나 지어지느냐'에 민감하다. 규제가 신규 건설만 조이고 이미 착공한 물량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두 업종이 받는 충격의 크기는 갈릴 수 있다.
당장의 취소보다 신규 지연이 쟁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주요 20개 주에서 2027년 가동 목표인 33.8GW 가운데 약 75%가 이미 건설에 들어갔다고 봤다. 지방정부 건설 제한 대상 약 20GW 중 실제 지연 위험 물량은 1.5GW 수준으로 추산했다. 리스크의 무게는 2028년 이후 새로 짓는 물량에 실려 있다.
대형 변압기 공급 자체도 빠듯하다. 미국은 대형 변압기 수입의존도가 90%를 넘고 한국이 주요 공급국이어서, 인허가가 일부 늦춰져도 쌓인 수요가 곧바로 사라지긴 어렵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분점정부 구조상 연방 차원의 건설 중단 가능성을 5% 미만으로 봤다.
공약이 주가에 반영할 '사실'이 되려면 몇 단계를 건너야 한다.
첫째, 주지사 권한이다. 현직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이미 8월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을, 9월 환경 인허가를 중단시킨 전례가 있다. 주지사가 행정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조치와 주의회 입법이 필요한 조치를 나눠 봐야 한다.
둘째, 기존 허가 사업의 처리다. 적법한 허가를 받고 투자가 진행된 사업은 법적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 공약이 신규만 막는지, 기존 물량까지 되돌리는지가 충격의 크기를 가른다.
셋째, 연방 입법이다. 주 단위 규제가 강해져도 연방 차원 입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힐 수 있다.
히노호사 당선인의 취임은 내년 1월이다. 공약이 규제안으로, 규제안이 시행령으로 바뀌는 길목마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면,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전력주의 실제 영향 범위를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