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쿠팡에 부과된 6천억원대 과징금 중 2천억원대의 효력을 본안 판결 때까지 정지했지만, 더 큰 4천억원대 유출 과징금은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다. 집행정지는 과징금 취소가 아니라 납부를 미루는 임시 조치여서, 본안에서 처분이 취소돼야 부담이 실제로 사라진다. 주가 반응이 확정된 이익인지 이길 수도 있다는 기대인지, 회사가 쌓아둔 충당금이 그대로인지 나눠 봐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이 쿠팡에 부과된 과징금 일부의 효력을 일단 멈췄다. 호재처럼 들리지만, 이번 결정은 과징금을 '취소'한 게 아니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납부를 미뤄준 임시 조치다. 게다가 멈춘 건 6천억원대 과징금 가운데 2천억원대뿐이고, 더 큰 금액은 같은 법원에서 신청이 기각됐다. 숫자만 보고 부담이 사라졌다고 읽으면 착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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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쿠팡에 총 6,246억원대 과징금을 매겼다. 이 금액은 두 사안으로 나뉜다. 회원 약 1,117만 명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동의 없이 수집·이용한 데 대한 2,011억원, 그리고 약 3,75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에 대한 4,236억원이다.
이번에 효력이 멈춘 쪽은 작은 금액인 2,011억원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이 과징금이 쿠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줄 우려가 있다며 집행정지를 받아들였다. 반면 유출 사고 관련 4,236억원은 하루 앞서 다른 재판부가 금전 보상으로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액수가 큰 쪽은 그대로 남은 셈이다.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을 전제로 한 임시 조치다. 처분이 위법한지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고, 다투는 동안 돈을 먼저 내게 하면 피해가 클 수 있으니 판결 때까지 미뤄두는 것이다. 이번 효력정지도 본안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만 유지된다. 과징금이 실제로 사라지려면 본안에서 처분이 취소돼야 하고, 쿠팡은 취소 소송을 따로 내 다투고 있다. 반대로 본안에서 지면 미뤄둔 과징금을 다시 내야 한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2조6천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고 2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어 납부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집행정지의 핵심 근거였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두고 양측 판단이 갈린 셈이다.
효력정지는 납부 시점을 늦출 뿐, 회계장부에서 과징금 부담을 지워주지 않는다. 기업은 질 가능성이 큰 소송이나 물어낼 것이 유력한 금액을 비용으로 미리 쌓아두는데(충당금), 집행정지가 났다고 그 부담을 덜어낼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과징금이 비용에서 빠지려면 본안에서 취소가 확정돼야 한다. 즉 이번 결정은 현금이 나가는 시점을 미룬 것이지, 손익에 걸린 불확실성을 없앤 것이 아니다. 주가가 이 소식에 올랐다면, 그 상당 부분은 확정된 이익이 아니라 본안에서 이길 수도 있다는 기대가 먼저 반영된 것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확정된 사실은 2천억원대 과징금 납부가 본안 판결 때까지 미뤄졌다는 것 하나다. 나머지는 아직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다. 유출 사고 과징금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까지 함께 놓고 봐야 전체 그림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