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USA가 미 해군 중형상륙함(LSM) 1척을 2억6900만달러에 수주했고 건조는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가 맡는다. 미국 내 건조 원칙으로 막혀 있던 미 해군 함정 시장에 현지 조선소를 통해 처음 들어선 것으로, 35척 규모 LSM 사업의 교두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건조 착공이 2027년 4분기라 매출 인식까지 시차가 크므로, 옵션 행사와 공시 수주잔고를 보고 실적 기대를 조정하는 것이 맞다.
한화는 11월 1일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가 미 해군 중형상륙함(LSM) 1척 건조 계약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금액은 2억6900만달러, 원화로 약 3575억원이다. 계약에는 같은 함정을 3척 더 짓는 옵션이 붙어 있어 전부 행사되면 모두 4척이 된다.
건조는 한화가 2024년 12월 약 1억달러에 사들인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가 맡는다. 미 해군은 조선소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선박건조관리업체 토트서비스(TOTE)를 통해 발주하는 구조여서, 계약 상대는 토트서비스지만 최종 발주처는 미 해군이다. 계약 체결은 10월 말, 발표는 11월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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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5억원은 한화오션의 연 매출에 비하면 큰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업계가 '첫'이라는 단어에 무게를 싣는 건, 그동안 이 시장 자체가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영해에서 쓰는 함정을 미국 안에서 건조하도록 하는 원칙을 오래 유지해 왔다. 한국 조선사가 아무리 배를 잘 지어도 한국 도크에서 만든 미 해군 함정은 받아주지 않는다.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이 이 벽을 넘기 위한 포석이었다.
설계 참여(올해 3월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설계)와 정비(MRO)에 머물던 사업이 이번에 실제 '건조' 수주로 올라섰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글의 관심사도 여기에 있다. 수주 한 건의 매출이 아니라, 미 해군 조달 시장에 들어갈 자격을 확보했느냐다.
조선업은 배를 받고 돈을 한 번에 받는 장사가 아니다. 회계상 매출은 건조가 진행되는 기간에 걸쳐 공정률에 따라 나눠 잡힌다. 계약을 따낸 날 매출이 터지는 게 아니라, 강재를 자르고 블록을 쌓는 만큼 분기마다 조금씩 반영된다는 뜻이다.
이번 함정의 건조 착공 예정은 2027년 4분기다. 그렇다면 올해와 내년 상반기 실적에 이 계약이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수주 공시는 '수주잔고'를 늘리지만, 손익계산서의 매출로 바뀌는 건 착공 이후의 일이다.
정리하면 이번 발표는 실적 재료라기보다 기대 재료에 가깝다. 주가가 수주 소식에 먼저 반응하더라도, 그 기대가 숫자로 확인되는 시점은 2028년 전후로 멀리 있다.
같은 한·미 조선 협력 흐름 안에서도 업체별 위치는 다르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의 정비·보수(MRO)를 잇따라 수주하며 현금이 비교적 빨리 도는 사업을 쌓아 왔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 단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처럼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건조'까지 맡은 건 한화필리조선소가 앞선 사례다. 다만 설계·MRO는 상대적으로 빨리 매출에 잡히고, 신조 건조는 착공이 멀어 반영이 늦다. 같은 테마라도 어느 단계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실적 반영 속도가 갈린다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수주 뉴스에 바로 움직이기 전에 확인할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 항목 | 지금 상태 | 확정 신호 |
|---|---|---|
| 옵션 3척 | 미행사 | 추가 계약 공시 |
| 수주잔고 | 반영 시작 | 분기 공시 수치 |
| 착공 시점 | 2027년 4분기 예정 | 실제 착공 발표 |
| 매출 인식 | 아직 없음 | 공정률 기반 분기 매출 |
미 해군은 LSM을 총 35척 도입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첫 1척을 일정에 맞춰 품질 기준대로 인도하는지가 후속 물량의 열쇠다. 이 조건이라면, 당장의 실적보다 옵션 행사와 착공 공시를 길게 지켜보며 판단하는 쪽이 현실적이다. 추가 발주가 이어지는지, 첫 함정 인도가 밀리지 않는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진입 성공'까지만 확정된 사실로 두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