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란 유조선 공습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98달러대까지 오르며 100달러를 위협하고 있다. 같은 유가 급등이라도 정유주는 정제마진과 재고평가이익으로 수혜를 보는 반면, 화학주는 나프타 원가 부담에 눌리는 구조다. 정유·화학을 방산·조선과 같은 긴장 테마로 묶기 전에, 정제마진과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현지시간 9월 8일 미군이 이란의 원유수출 허브인 하르그섬 인근에서 유조선을 공습했고, 호르무즈 해협 밖 자스크 거점도 타격 대상에 올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쿠웨이트·바레인 항구 인근 유조선을 겨냥하겠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유가는 곧바로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7~8일 배럴당 98달러대로 올라 100달러 선을 위협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급등이자 7월 24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뉴욕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다우지수가 1.18%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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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는 원유를 사서 휘발유·경유 같은 석유제품으로 되판다. 유가가 오르면 이미 싸게 사둔 원유·재고의 장부가치가 올라 재고평가이익이 생긴다.
더 중요한 건 정제마진이다. 지금은 중동·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차질로 석유제품 자체가 부족하다. 싱가포르·유럽·중동의 연료유 재고는 최근 3년 평균보다 약 30% 낮고, 유럽 휘발유 재고는 5년 만의 최저다. 제품값이 원유값보다 더 세게 오르니 마진이 벌어진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1.3% 늘 것으로 전망됐다. GS칼텍스도 2분기 정유부문에서만 2조1993억원을 벌었다.
석유화학은 나프타를 원료로 쓴다. 유가가 오르면 나프타값이 오르고, 이건 곧바로 원가 부담이다. 정유와 정반대 방향이다.
관건은 오른 원가를 제품값에 넘길 수 있느냐다. 지금은 어렵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석화제품 가격 인상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다. 원료비를 뺀 이 마진은 4월 t당 315달러에서 7월 69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8월 209달러로 일부 회복했지만 4월 수준엔 못 미친다. 같은 2분기에 GS칼텍스 석화부문은 6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정유가 '고마진'이라면 석화는 '고원가'인 셈이다.
중동 긴장이 커지면 방산·조선주가 오르는 건 지정학 긴장 자체가 수주와 무기 수요 기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가가 몇 달러인지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다.
반면 정유·화학은 유가가 곧 원가이자 판매가 구조의 핵심 변수다. 같은 뉴스에 같이 오를 것 같지만, 정유는 마진이 벌어져 좋고 화학은 원가만 올라 나쁘다. '중동 리스크 = 정유·화학 동반 상승'으로 묶으면 절반은 틀린다.
종목을 담기 전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지금 국면에서 유가 상승의 수혜는 정유 쪽으로 기운다. 다만 이 판단은 정제마진 강세와 지정학 프리미엄이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 있다. 마진 지표가 꺾이거나 긴장이 풀리면 전제도 함께 무너진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