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며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1분기 90%, 2분기 55% 급등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낸드 점유율은 47%로 시장 절반에 육박했다. HBM에 이어 낸드까지 살아나며 두 회사의 실적 기여도가 하반기로 갈수록 커질 전망이지만, 가격 상승이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기까지는 한두 분기의 시차가 있다. 10월 초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주가의 무게중심이 수급에서 실적으로 옮겨가는 만큼, 고정거래가와 eSSD 매출, 재고 지표를 분기마다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 반도체의 주인공이 HBM 하나가 아니게 됐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1분기 전분기 대비 90%, 2분기에 다시 55% 뛰었다. 두 분기 연속 가파른 상승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낸드 매출은 전분기보다 70% 늘었다.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가 국내 두 회사다. 2분기 낸드 점유율은 삼성전자 28%, SK하이닉스 19%로, 합치면 47%에 이른다. 세계 낸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두 회사가 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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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에는 AI 투자의 무게중심 이동이 있다. 그동안 AI 투자는 모델을 학습시키는 단계에 집중됐고, 여기서 필요한 건 빠른 연산을 돕는 HBM이었다. 그런데 축이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서버가 실제 서비스를 돌리며 처리하고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폭증했고, 그 저장을 담당하는 기업용 SSD(eSSD) 수요가 뛰었다.
숫자가 이를 보여준다. eSSD는 2분기 전체 낸드 비트 출하량의 48%를 차지했다. 1년 전 26%에서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삼성전자의 eSSD 매출은 한 분기 만에 70억5000만 달러에서 143억50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뛰었고, SK하이닉스도 86억 달러대로 추산된다. HBM이 학습을 맡는다면, 낸드는 추론 시대의 저장을 맡는 구도다.
여기서 투자자가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있다. 가격이 2분기에 급등했다고 그 분기 실적이 곧바로 같은 폭으로 뛰는 건 아니다. 메모리는 대량 고객과 맺는 고정거래가를 기준으로 팔리고, 이미 쌓아둔 재고가 소진되며 출하로 인식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가격 반등이 영업이익에 온전히 실리기까지는 보통 한두 분기의 시차가 생긴다.
지금이 딱 그 반영 구간이다. eSSD 매출은 이미 2분기 실적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업계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낸드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노무라증권은 AI 수요 호조와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망이며, 공급이 늘거나 AI 투자 속도가 꺾이면 그림은 달라질 수 있다.
타이밍이 묘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5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원래 11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매입 속도가 빨라 10월 초면 물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매입은 그동안 외국인·기관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주가를 떠받쳐 왔다.
이 방어막이 걷히면 주가의 무게중심은 수급에서 실적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다가올 3분기 실적 발표부터는 지표를 챙겨 볼 필요가 있다.
중장기로 반도체를 들고 있다면, 10월 이후의 주가는 자사주라는 버팀목이 아니라 이 지표들이 만드는 실적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확인해 둘 것은 주가 그래프가 아니라 이 숫자들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