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2~4개월짜리 임시 항로에 합의하면서 협상 진전 소식에 국제 유가가 이틀째 5% 넘게 급락했다. 봉쇄 우려로 뛰던 유가가 꺾이면 정유주의 상승 동력은 약해지고 항공주는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이지만, 통제권과 통행료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완전한 완화로 보기는 이르다. 임시 항로 만료·연장 시점과 군사적 긴장 재발 여부가 앞으로 확인할 변수다.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임시 항로에 합의했다. 8월 말 나온 이 합의의 핵심은 두 가지다. 양국이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이미 합의했고, 공동성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다만 성격은 분명히 '임시'다. 이란 외무차관은 이 항로가 2~4개월간 운영되는 임시 통로이며 연장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통항로의 상당 부분이 이란 영해를 지나고, 기뢰 제거를 위한 공동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Jakub Pabis
시장은 이 소식에 빠르게 움직였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제 유가는 이틀째 급락하며 5% 넘게 떨어졌다. 미 국무·재무장관이 "합의가 임박했다"고 언급한 것도 하락을 부추겼다.
이유는 단순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4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이후 이란이 이 해협의 통항을 위협하면서 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로 뛰어올랐다. 그 병목이 풀린다는 기대가 반대로 유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여기서 투자자의 셈법이 갈린다. 유가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정유업체가 정제마진과 재고평가이익 양쪽에서 덕을 본다. 봉쇄 우려로 유가가 뛰던 구간이 정유주 랠리의 배경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유가를 끌어내리는 이번 합의는 그 상승 동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이다. 반대로 유류비 부담이 큰 항공주에는 숨통이 트이는 재료다. 같은 뉴스가 업종에 따라 정반대로 읽힌다.
주의할 점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 유가와 업종 실적을 잇는 일반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주가는 유가 외에도 환율, 수요, 개별 기업 사정에 따라 움직인다.
합의가 곧 봉쇄의 완전한 해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우선 이번 항로는 2~4개월짜리 임시 조치다. 해협의 통제권을 누가 갖느냐, 통행료를 어떻게 물리느냐 같은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은 "어떠한 외세의 개입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통제권을 강조했고, 통항 선박의 안전을 완벽히 보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내놨다. 영구적 해결책은 그 다음 문제다.
즉 유가가 한 방향으로 내려가기만 할 상황은 아니다. 임시 항로가 만료되거나 협상이 틀어지면 긴장은 언제든 다시 고조될 수 있다.
이 국면에서 정유·항공주를 들고 있다면 다음 변수를 지켜보는 게 실용적이다.
정리하면, 이번 합의는 유가를 내리누른 완화 신호가 맞지만 임시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완화 쪽에 베팅하든 재발에 대비하든, 위 변수들의 변화를 근거로 판단하는 편이 뉴스 헤드라인 하나에 반응하는 것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