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에 폭 7해리의 임시 공동항로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해협이 폐쇄 상태라고 못 박았다. 합의 문구보다 하루 통항 선박 수와 전쟁위험 보험료가 실제 회복을 말해주는 지표다. 정유주와 해운주는 같은 뉴스에 방향이 엇갈릴 수 있어, 완전 해제 신호를 따로 정의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이란과 오만이 8월 25일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 공동항로를 여는 데 합의했다. 폭 약 7해리, 13km 남짓의 통로를 뚫고 기뢰도 함께 제거하기로 했다. 영구 항로는 30~60일 안에 다시 회담을 열어 논의한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소식은 대개 위험 완화로 읽힌다. 하지만 같은 날 이란 외무부 차관은 임시 합의에도 호르무즈는 여전히 폐쇄 상태이며, 완전히 열리려면 미국이 종전 합의(MOU)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합의문과 현실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임시항로 안에서는 모든 선박이 이란 영해를 지나게 되어 있다. 통행의 열쇠는 여전히 이란이 쥐고 있다.

Nothing Ahead
투자자가 볼 것은 합의 여부가 아니라 배가 실제로 다시 다니느냐다.
봉쇄 전 이 해협으로는 세계 석유와 LNG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났다. 그런데 최근 하루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7척까지 줄었다. 하루 전 17척, 최근 열흘 평균 15척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임시항로 합의가 숫자를 되돌리는지, 통항 선박 수가 평시 수준으로 회복되는지가 첫 번째 확인 지점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내려오는지도 같은 신호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호르무즈 뉴스에 정유주와 해운주가 같이 움직일 거라는 생각이다. 실제로는 반대로 갈 수 있다.
봉쇄가 길어지면 유조선 운임과 전쟁위험 보험료가 뛰어 해운·유조선 업종에는 오히려 운임 수혜가 생긴다. 반대로 국내 정유사는 원유 조달이 막히는 쪽이 더 아프다. 유가 급등은 보유 재고의 평가이익을 키우기도 하지만, 원유를 제때 못 들여오면 가동 자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봉쇄 국면에서는 해운주가 먼저 움직이고, 정유주는 조달 우려와 재고 기대가 뒤섞여 방향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확정된 예측이 아니라 두 업종의 손익 구조에서 나오는 해석이다.
정유주를 볼 때 함께 기억할 사실이 있다. 한국은 봉쇄 이후 원유 수입선을 서둘러 넓혔다.
과거 국내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었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지났는데, 최근에는 중동산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인 48.5%로 내려왔다. 미주산 비중이 23.1%에서 35.6%로 뛴 영향이 크다. 완전한 방패는 아니지만, 해협 한 곳에 매인 정도는 예전보다 덜하다는 의미다. 봉쇄 뉴스에 정유주가 과거만큼 크게 출렁이지 않는다면 이 다변화가 배경일 수 있다.
임시항로 합의 하나에 방향을 걸기보다, 완전 해제를 가릴 지표를 미리 정해두는 편이 낫다. 다음 네 가지가 함께 움직일 때가 진짜 신호에 가깝다.
첫째, 하루 통과 선박 수가 평시 수준으로 돌아오는가. 둘째, 전쟁위험 보험할증이 눈에 띄게 내려가는가. 셋째, 유가가 90달러대에서 안정적으로 하락하는가. 넷째, 30~60일 안에 열기로 한 영구 항로 회담이 실제로 타결되고 이란이 '개방'을 공식화하는가. 지금은 이란이 여전히 폐쇄를 말하는 단계다. 합의라는 단어에 앞서가기보다, 이 지표들이 하나씩 켜지는지를 확인하며 따라가는 접근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