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가 1년 새 다섯 배 늘어 346만 명이 된 SK하이닉스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설에 하루 10% 넘게 급락했다. 논란의 핵심은 SK㈜에서 SK스퀘어,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자회사 상장이 더해지는 다단계 중복상장으로, 지분 희석과 이익의 계열사 이전 우려가 깔려 있다. 아직 상장설 단계인 만큼 8월 말에서 9월 초로 예상되는 재공시와 주주환원 발표, 상장 이후 지분율 유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소액주주는 올 6월 말 346만 명으로, 1년 전 68만 명에서 다섯 배 넘게 불었다. AI용 메모리(HBM) 수요로 실적과 주가가 뛰자 개인 자금이 몰린 결과다. 삼성전자(797만 명)와 함께 반도체가 '국민주'로 불릴 만큼 개인 비중이 커졌고, 그만큼 급락의 충격도 개인에게 집중된다. 그런데 이 종목이 8월 들어 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설에 하루 10% 넘게 급락했다. 논란의 이름은 '중복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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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해 세운 미국 자회사다. 이 회사를 따로 상장하면 지배구조는 SK㈜에서 SK스퀘어, SK하이닉스를 거쳐 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여러 단계의 상장 구조가 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를 '유례없는 5단 중복상장'이라고 불렀다. 시장에는 솔리다임이 기업가치 50조 원 안팎에서 최대 10조 원 규모의 프리IPO를 추진한다는 관측이 돌았다.
핵심 우려는 두 가지다. 첫째, 외부 투자자가 프리IPO와 공모로 솔리다임 지분을 사들이면 SK하이닉스가 가진 지분율이 낮아진다. 알짜 자회사에 대한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 둘째, 솔리다임 모회사에 SK그룹 여러 계열사가 함께 출자하는 구조여서, SK하이닉스가 키운 성과가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로 나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일반주주에서 지주사 쪽으로 이익이 옮겨간다는 이른바 '부의 이전' 우려다.
시장 평가는 갈린다. 토스증권은 분할 상장이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봤다. 반대로 미래에셋증권은 인수 자금을 회수하고 다음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솔리다임 모회사에 최대 100억 달러를 약정했고, 지분 매각으로 150억 달러 안팎의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같은 상장을 두고 알짜를 떼어내 주주가치가 새는 일로 보느냐, 현금을 확보해 재투자하는 일로 보느냐가 갈리는 셈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조달한 돈을 어디에 쓰는지, 상장 뒤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이 얼마나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은 상장'설' 단계이고, 회사가 상장 여부나 주주환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볼 것은 결론이 아니라 다음 단서들이다.
중복상장 논란은 SK하이닉스만의 일이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 반복돼 온 문제다. 그만큼 회사의 다음 공시 한 장이 주가 방향을 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