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에 8월 14일 재상고하면서 9년째 이어진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재원을 주식 매각으로 마련하느냐 배당 확대로 마련하느냐에 따라 SK 계열사 지배구조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갈린다. 투자자는 재판 일정보다 최 회장이 어떤 지분으로 재원을 마련하는지와 계열 배당 정책이 바뀌는지를 공시로 확인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월 14일 밤 11시 59분, 재상고 기한을 1분 남기고 상고장을 냈다. 지난달 24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이 "노소영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데 대한 불복이다. 2017년 이혼 조정 신청으로 시작된 다툼은 이렇게 9년째로 접어들며 다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쟁점은 돈의 규모보다 그 돈을 계산한 방식이다.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고, 그동안의 주가 상승분까지 분할 대상에 반영해 재산을 2대 1로 나눴다. 앞선 항소심이 노 관장 몫을 35%, 약 1조 3808억원으로 봤던 것과 액수는 달라졌지만, SK 지분이 분할의 핵심 자산이라는 구도는 그대로다. 최 회장 측은 바로 이 "주가 상승분 반영" 법리에 오해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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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이유는 시간이다. 현금 9440억원을 3주 안에 마련하는 일 자체가 부담이고, 확정 판결이 미뤄지면 재원을 준비할 여유가 생긴다. 최 회장 측은 협상 과정에서 분할금 일부를 SK 주식으로 주되 주가가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하고 오르면 더 요구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냈지만, 노 관장 측이 판결문대로 전액 현금을 고수하면서 합의가 깨졌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대목은 그냥 법정 공방이 아니다. 재원을 주식으로 넘길지 현금으로 마련할지에 따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SK 지분의 규모와 계열사 배당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상고심의 쟁점도 결국 여기로 모인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전 심리에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의 기여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재상고에서 최 회장 측이 다투는 지점은 주식을 공동재산으로 본 판단과 주가 상승분까지 분할 비율에 넣은 계산법이다. 이 쟁점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최종 분할 규모, 나아가 최 회장이 마련해야 할 현금의 크기를 좌우한다.
최 회장의 재산분할 재원이 주가에 닿는 경로는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지분 직접 매각이다. 다만 SK㈜ 지분을 팔면 지주회사 지배력이 흔들리는 만큼, 시장에서는 그룹 지배구조와 거리가 있는 SK실트론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먼저 거론된다. 두산이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한 가격 2조3000억원을 단순 환산하면 최 회장 몫은 약 9600억원으로, 분할금과 규모가 비슷하다. 실현되면 지주 지분 매각 없이 재원을 마련하는 그림이 된다.
둘째는 배당이다. SK하이닉스에서 SK스퀘어를 거쳐 SK㈜로 이어지는 배당을 늘리면 최대주주가 현금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이 경로는 소액주주에게 배당 증가라는 이점이 있지만, 배당 재원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함께 따져야 한다.
셋째는 심리 요인이다. 최 회장의 SK㈜ 지분은 주가가 1만원 움직일 때마다 평가액이 약 1298억원씩 출렁일 만큼 크다. 재원 마련 방식을 둘러싼 추측이 나올 때마다 지분 가치와 지배력 계산이 흔들리고, 이는 계열주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재판 일정 자체는 생각보다 느린 변수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파기환송 판결까지 넉넉히 시간을 들였고, 재상고심 결론이 언제 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판결 헤드라인에 하루 단위로 반응하기보다 아래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이번 재상고로 확정이 미뤄진 만큼 계열주에 당장의 매물 압력이 쏟아지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최 회장이 지주 지분을 건드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지배구조 재편 신호로 읽어야 한다.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보다, 재원이 어느 지분에서 나오는지를 공시로 확인하는 것이 SK 계열주 투자자에게 더 실질적인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