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전분당에 이어 밀가루까지 식품업계 담합 제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은 과징금 충당부채가 연간 영업이익을 넘겨 적자로 돌아섰다. 담합 제재는 조사 착수부터 과징금 확정까지 시차가 길고, 실적에는 일회성 과징금과 담합 해소에 따른 가격·마진 변화라는 서로 다른 경로로 반영된다. 식품주를 든 투자자라면 공시의 충당부채 인식 시점과 산정 기준, 행정소송 여부를 확인해 일회성 충격과 지속적 영향을 구분해야 한다.

식품업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올해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설탕 담합이 적발됐고, 이어 전분·전분당 담합으로도 제재가 이어졌다. 제분사 7곳의 밀가루 가격 담합은 2026년 2월 공정위 심의에 올랐다. 가공식품 원료의 상당 부분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른 셈이다.
제재 수위도 세지는 쪽이다. 당정은 5년 안에 두 차례 이상 담합한 사업자에 대해 공정위가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2026년 10월 관련 식품위생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과징금을 넘어 영업 자체가 묶일 수 있다는 신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제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숫자에 반영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Kenneth Surillo
가장 먼저 기억할 점은 제재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위 담합 사건은 조사, 심사보고서 송부, 피심인 의견 제출, 전원회의 심의 순으로 진행된다.
조사만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밀가루 사건은 2025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넉 달가량 조사가 이어졌다. 조사가 끝나면 형사 사건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가 기업에 송부되고, 기업은 받은 날부터 8주 안에 의견서를 내며 방어권을 행사한다. 이 절차가 마무리돼야 전원회의가 열려 위법성을 따지고 과징금을 산정한다. 과징금 상한은 담합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다.
즉 '조사 착수' 보도와 '과징금 확정'은 몇 달에서 길게는 해를 넘기는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뉴스 한 줄에 반응하기 전에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담합 제재가 이익에 닿는 길은 성격이 다른 둘로 나뉜다.
하나는 일회성이다. 과징금이 확정되거나 지급이 유력해지면 기업은 그 금액을 충당부채로 미리 잡는다. 이 비용은 그해 실적을 크게 깎지만 반복되지는 않는다. 전분당 담합 사례가 이 충격의 크기를 잘 보여준다.
| 기업 | 연간 영업이익 | 선반영 충당부채 |
|---|---|---|
| CJ제일제당 | 1,856억 원 | 3,349억 원 |
| 대상 | 1,505억 원 | 3,753억 원 |
두 회사 모두 미리 잡은 충당부채가 한 해 영업이익을 웃돌았고, 그 결과 연간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과징금 하나가 멀쩡한 본업의 이익을 통째로 삼킨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속성이다. 담합은 대개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제재로 담합이 깨지면 그동안 유지되던 가격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이 경우 과징금과 별개로 제품 마진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전자는 한 해 비용이지만 후자는 이익 체력의 문제라, 투자자가 구분해서 봐야 하는 지점이다.
주가 반응은 의외로 담담한 편이다. 과거 분석을 보면 담합 과징금은 보통 단발성 악재로 소화됐고, 과징금 규모가 영업이익의 한 자릿수 비중에 그치면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이는 과징금이 이익의 일부일 때의 이야기다. 전분당처럼 과징금이 영업이익 자체를 넘기는 사례에서는 실적 충격이 주가에 더 깊게 반영될 수 있다.
행정소송으로 과징금을 줄이는 길도 좁다. 법원은 공정위의 산정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비례 원칙 위배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액수에 잘 개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송보다 공정위 단계에서 감액을 받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정리하면, 식품주를 든 투자자가 공시에서 확인할 것은 분명하다. 분기·사업보고서 주석에서 충당부채를 언제 얼마로 잡았는지, 과징금 산정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행정소송을 제기했는지다. 여기에 더해 실적에서 과징금 같은 일회성 비용을 걷어낸 본업의 수익성이 유지되는지를 보면, 적자 전환이라는 머리기사에 휘둘리지 않고 회사의 실제 체력을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