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값이 1년 새 약 3배 뛰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사업은 사상 최대 수익을 내는 반면, 스마트폰·PC 등 세트 부문은 원가 부담에 눌리고 있다. 메모리와 세트를 함께 가진 삼성전자는 두 손익이 내부에서 엇갈려, 가격 전가가 되느냐가 세트 마진 훼손의 크기를 좌우한다. 세트 ASP 상승률, 원가 내 메모리 비중, 공급가 재협상 결과, 수요 둔화 신호를 종목 성격별로 나눠 점검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새 폭등했다. 시사저널e가 전한 시장 추정에 따르면 8GB D램과 256GB 낸드를 묶은 가격은 지난해 3분기 35달러에서 올해 4분기 144달러로, 약 300% 뛰었다. 이 상승은 메모리를 '파는 쪽'과 '사는 쪽'의 손익을 정반대로 갈라놓는다.
파는 쪽은 삼성전자 반도체(DS)와 SK하이닉스다. 사상 최대 수준의 수익성을 누린다. 사는 쪽은 스마트폰·PC를 만드는 세트업체다. D램·낸드값이 그대로 원가로 들어온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 두 얼굴을 한 몸에 지녔다는 점이다.

Sergei Starostin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팔아 돈을 벌면서, 자사 스마트폰에 넣을 메모리는 비싸게 사야 한다. 딜사이트는 같은 회사 안에서 메모리 판매 부문과 구매 부문의 손익이 엇갈린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구조적으로는 메모리 이익이 세트 부담을 상당 부분 덮는 자연 헤지에 가깝다.
세트 쪽 압박은 숫자로 드러난다. 모바일용 메모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 12.2%로, 전 분기 9.2%에서 2.8%포인트 올랐다. 카메라 모듈이나 디스플레이 패널 원가를 넘어선 수준이다. 그만큼 세트 마진을 갉아먹는다.
세트 마진 훼손이 얼마나 클지는 가격 전가가 가른다. 삼성은 갤럭시 S26 출고가를 모델당 15만원가량 올렸고,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보다 약 4%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공급가 자체도 중국 제조사는 3분기 이후, 애플은 4분기 이후 7~10% 추가 인상이 거론된다.
전가가 원가 상승을 따라잡으면 세트 마진 훼손은 제한된다. 반대 리스크도 분명하다. 값을 올릴수록 수요가 줄 수 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가 메모리 구매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가가 수요를 깎기 시작하면 메모리 수요 자체가 둔해진다. 세트의 문제가 메모리로 되돌아오는 고리다.
반도체와 전자 대형주를 함께 들고 있다면, 같은 뉴스라도 종목 성격에 따라 먼저 볼 지표가 다르다.
| 종목 유형 | 예시 | 먼저 볼 지표 |
|---|---|---|
| 순수 메모리 | SK하이닉스 | 메모리 판가, 업황 피크아웃 시점 |
| 메모리+세트 | 삼성전자 | DS 이익 대비 세트 마진, ASP 전가율 |
| 순수 세트·부품 | 애플·중국 OEM·비메모리 부품 | 원가 전가력, 판매량 둔화 여부 |
순수 메모리주는 호황의 '지속'보다 '끝'을 본다. 절대 가격은 2027년 상반기까지 높게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시장은 고점이 보이는 순간 먼저 움직인다.
삼성전자는 합산으로 봐야 한다. DS 이익이 세트 부담을 압도하는 한, 메모리 호황은 전체로는 득이다. 세트 마진 훼손 자체보다 DS 이익의 크기와 세트의 전가 속도를 함께 보는 편이 맞다.
진짜 부담은 메모리를 못 만드는 순수 세트·부품 쪽이다. 화웨이 소비자사업부 대표가 메모리값 탓에 스마트폰 한 대당 비용이 평균 200달러 늘었다고 밝힌 게 단적인 예다. 이들은 원가를 떠안거나 소비자에게 넘기거나 둘 중 하나다.
메모리 호황이 세트 마진에 독인지 득인지는 기업마다 다르다. 복합기업 삼성전자에는 당장 독이라기보다 득이 큰 구조이고, 순수 세트·부품주에는 분명한 역풍이다. '메모리가 올랐다'는 한 줄로 묶지 말고, 전가율과 수요라는 두 지표로 종목을 갈라 보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