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9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에 내린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2027년 1월 31일까지 정지했다. 이는 조사 절차의 위법성을 다투는 첫 제동이지만, 상표권 사용료를 둘러싼 부당 내부거래 의혹 자체가 무혐의로 정리된 것은 아니다. 한화 계열사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10월 말 본안 첫 기일과 효력정지 만료 시점, 공정위의 조사 재개 여부를 나눠서 지켜봐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2026년 9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에 내린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2027년 1월 31일까지 정지했다. 공정위의 자료제출명령에 법원이 제동을 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언뜻 한화의 완승처럼 보이지만, 멈춘 것과 멈추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멈춘 건 공정위가 자료를 내라고 한 '명령'이다. 멈추지 않은 건 그 조사가 겨눈 '의혹' 자체다. 법원은 조사 절차에 문제가 있는지를 본안에서 따로 따지기로 했을 뿐, 상표권 사용료 내부거래가 위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한 게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구분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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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26년 6월 23일부터 한화그룹을 현장조사했다. 대상은 실질적 지주사인 (주)한화를 비롯해 한화솔루션,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 등 주요 계열사였다.
쟁점은 계열사들이 (주)한화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매년 내는 브랜드 사용료다. 계열사는 매출액에서 광고비 등을 뺀 금액에 일정 요율을 곱해 사용료를 산정해 왔다. 공정위는 이 요율이 실제 브랜드 가치보다 높게 매겨졌는지를 본다.
왜 문제가 되나. 사용료가 과도하면 영업으로 돈을 버는 계열사의 이익이 지주사로 흘러간다. 지주사 지분을 총수 일가가 많이 쥐고 있으면, 배당과 기업가치 상승이 결국 총수 일가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게 공정위가 의심하는 '사익편취' 구조다. 공정위는 한화에 이어 CJ그룹 상표권 거래로도 조사를 넓혔다.
법원이 명령을 멈춘 건 의혹의 실체 때문이 아니라 조사 방식 때문이다. 한화는 공정위가 영장도 없이 직원 개인 휴대전화의 문자를 열어보려 했고, 그 휴대폰을 약 30시간 동안 보관증도 주지 않은 채 붙잡아 뒀다고 주장했다. 변호사가 이의를 냈는데도 조사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한화 측 논리는, 동의를 받아 진행한다는 '임의조사'가 사실상 강제수사 수준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법원은 명령을 그대로 두면 한화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고, 이를 막을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법원이 한화 요구를 전부 받아준 건 아니다. 한화는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해 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기간을 2027년 1월 31일까지로 끊었다.
이번 결정은 단기 불확실성을 한 겹 걷어낸다. 조사가 잠시 멈추면서, 곧바로 제재나 과징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뒤로 밀렸다. 절차 위법 논란에서 한화가 유리한 고지를 잡았다는 점도 재계에서 상징적으로 읽힌다.
그러나 상표권 사용료 의혹이라는 실체 리스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자료제출명령이 정지됐다고 조사가 종결된 게 아니고, 사익편취 판단이 뒤집힌 것도 아니다. 정지 기간이 끝나면 공정위가 절차를 다시 밟아 조사를 이어갈 수 있다. 지주사와 사용료를 내는 계열사 모두 이 사안의 당사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급한 불은 꺼졌지만 불씨는 남았다. 조사 종결로 오해해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지금 확정된 결론이 없으므로, 투자자라면 사건을 몇 단계로 쪼개 지켜보는 편이 낫다.
결정 하나로 그림이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어느 단계의 소식인지부터 구분하고 판단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