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23일 제1차 자원안보 기본계획을 확정해 2035년까지 원유의 중동 의존도를 70%에서 50% 이하로 낮추고, 연말까지 비중동산 원유의 운임 차액을 최대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수입선이 중동산 중질유에서 미국·미주산 경질유로 옮겨가면 국내 정유사의 원료비와 고도화설비 활용, 운송 구조가 함께 바뀐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정책이 실적으로 옮겨붙는 신호, 즉 운임 지원 연장 여부와 회사별 중동 비중·정제마진을 확인하며 판단하는 편이 낫다.
산업통상부는 9월 23일 제6차 자원안보 협의회에서 '제1차 자원안보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시행 이후 처음 나온 범정부 중장기 계획으로, 핵심은 원유의 중동 의존도를 지난해 약 70%에서 2035년 50%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비축을 2000만배럴 늘리고, 9~12월 한시로 비중동산 원유의 운임 차액 환급률을 기존 25% 수준에서 최대 100%까지 올린다. 가스도 특정 국가 의존도를 30%대 미만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함께 담았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공급이 한 지역에 묶여 있을 때의 위험이 커진 것이 이번 계획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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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은 정책보다 먼저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중동산 원유 비중은 62.3%로 지난해 같은 기간(68.6%)보다 6.4%포인트 낮아졌다. 그 자리를 미국을 포함한 미주산(23.4%→26.5%)과 아프리카산(2%→5.6%)이 메웠다. 미국산만 보면 16.5%에서 20.5%로 올라 수입국 2위가 됐고, 1위 사우디아라비아는 30.5%로 여전히 가장 크지만 지난해 33.1%에서 뒷걸음쳤다. 정책은 없던 흐름을 만든다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이동에 속도를 붙이는 성격이 강하다.
투자자가 볼 지점은 원가 구조다. 국내 정유사는 값이 싼 중동산 고유황 중질유(두바이유, API 약 32도)를 고도화설비로 재가공해 휘발유·경유 같은 고부가 제품으로 바꾸는 데 강점을 쌓아 왔다. 반면 미국산 WTI나 브렌트유는 API 34도 이상의 경질유로, 품질은 좋지만 값이 비싸다. 수입선이 경질유 쪽으로 옮겨가면 원료비가 오르고, 중질유를 잘 다루는 고도화설비의 상대적 이점은 줄어들 수 있다.
운송도 변수다. 페르시아만에서 한국까지는 약 20일이 걸리는데, 미주 항로는 거리가 더 멀고 파나마 운하 통과 같은 제약이 있다. 다만 최근 중동 노선은 지정학 리스크로 초대형 유조선(VLCC) 스팟 운임 지수가 지난해 74에서 올해 326으로 네 배 넘게 뛰었다. 정부의 운임 지원이 이 격차를 얼마나 메우느냐가 실제 원가에 직접 영향을 준다.
정책 발표만으로 정유·가스주가 곧장 움직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입 계약의 약 60%가 장기계약이라, 수입선 전환은 분기 단위로 서서히 실적에 나타난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다음을 순서대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이 신호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전까지는, 정책 뉴스 자체보다 원가에 반영된 숫자를 기다리는 편이 안전하다. 수입선 다변화는 공급 안정 측면에서는 분명한 방향이지만, 개별 정유사 마진에 미치는 효과는 회사의 설비 구성과 계약 조건에 따라 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