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26년 10월 23일 공시를 통해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프리IPO와 상장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면 모회사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중복상장 우려가 있었는데, 철회로 그 부담이 사라지며 이날 주가는 상승 전환했다. 다만 솔리다임의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숙제로 남아, 주주는 향후 자금조달과 투자계획 공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가 10월 23일 공시를 통해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와 기업공개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눈길을 끄는 건 시장 반응이다. 이날 간밤 미국 반도체주 급락으로 국내 반도체주가 대체로 약세였는데도, SK하이닉스는 하락 출발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 전환해 오후 1시55분 기준 2.53% 오른 125만5천원에 거래됐다.
자회사 상장을 포기한 소식이 왜 모회사 주주에게 호재로 읽혔을까. 핵심은 '중복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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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를 따로 증시에 올리면 두 얼굴이 있다. 좋은 쪽은 자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스스로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회사가 직접 돈을 대지 않고도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문제는 반대편이다. 자회사와 모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으면, 핵심 알짜 사업이 모회사 밖에서 따로 평가받는다. 신주가 발행되면 기존 모회사 주주가 간접적으로 쥐고 있던 자회사 지분이 희석되고, 자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도 새로 들어온 투자자와 나눠 갖게 된다. 국내에서 중복상장이 소액주주 피해 논란을 반복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해 세운 미국 자회사다. 인공지능 서버용 기업 저장장치(SSD) 수요를 타고 몸값이 커진 알짜다. 보도에 따르면 상장 시 기업가치가 최대 1천억~1천500억달러까지 거론됐다. 그만큼 이 알짜를 따로 떼어 상장하는 데 대한 기존 주주의 반발도 컸다.
상장이 철회되면서 지분 희석과 미래 이익 유출에 대한 우려가 일단 사라졌다. 솔리다임의 가치가 SK하이닉스 안에 온전히 남는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이 사안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 점도, 회사가 상장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을 보여준다.
증권가는 회사가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 과제로 본 판단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가의 상승 전환은 그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다만 이것이 실적 개선이 아니라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반응이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철회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가장 큰 숙제는 솔리다임의 투자 재원이다. 상장을 통한 조달 창구가 닫힌 만큼,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돈을 차입이나 모회사 지원 등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성과 투자 필요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뒤집어 보면 자금 수요가 여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다른 기업의 자회사 분리 상장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될 수 있어, 모회사 주주 입장에선 제도 변화 자체가 변수다.
지금의 주가 반응은 단기 심리에 가깝다. 보유 주주라면 다음을 공시에서 챙겨보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