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이 10월 14일 오뚜기·대상·CJ제일제당 등을 상대로 김치·장류 등 6개 식품군 가격담합 의혹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위반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담합 조사는 과징금이라는 일회성 비용과 가격 인상 억제라는 지속 부담 두 경로로 실적에 닿지만, 2012년 라면 담합처럼 조사와 과징금이 대법원에서 뒤집히기도 한다. 영향의 크기는 품목 노출도와 자진신고 여부, 내수 대비 수출 비중으로 갈리므로 이를 기준으로 종목을 따져봐야 한다.

식품주 투자자라면 먼저 사실관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중점조사기획단은 10월 14일 오뚜기, 대상, CJ제일제당 등에 조사관을 보내 가격 담합 의혹을 들여다봤다. 이달 초 출범한 이 조직의 첫 사건이다.
조사 품목은 김치, 두부, 유지류, 선물세트, 즉석밥류, 장류 6개다. 라면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다. 유통업체 할인을 부당하게 막았는지도 함께 보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라 법 위반은 확정되지 않았다. '라면 담합'이라는 말이 돌더라도, 현재 라면 자체가 표적은 아니라는 점부터 구분해야 한다.

Pixabay
담합 조사는 두 갈래로 실적에 영향을 준다.
하나는 과징금이라는 일회성 비용이다. 담합 과징금은 담합과 관련된 매출을 기준으로 매겨져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올해 CJ제일제당은 설탕·밀가루·전분당 담합으로 3730억 원, 대상은 2341억 원을 부과받았다. 이번 조사와는 별개 사건이지만, 과징금 한 번이 분기 실적에 어떻게 찍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다른 하나는 가격정책에 걸리는 지속적인 부담이다. 조사와 여론, 정부의 물가 압박이 겹치면 가격 인상을 미루거나 접게 된다. 원가가 내려도 판매가를 올리지 못하면 마진 개선 폭이 줄어든다. 이쪽이 더 길게 간다.
조사가 시작됐다고 과징금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라면이 바로 그 전례다.
2012년 공정위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팔도) 등 라면 4사에 1353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농심이 107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015년 12월 대법원은 "정보 교환 자체를 가격을 정하는 합의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농심 승소 취지였고,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도 같은 결론을 받았다. 공정위 제재가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당시 삼양식품은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다. 조사와 과징금, 그리고 최종 확정 사이에는 그만큼 간극이 크다.
밀가루나 팜유 같은 원가가 내린 국면에서는 가격을 그대로 두기만 해도 마진이 좋아진다. 그런데 바로 그 구간이 담합·가격 조사의 표적이 되기 쉽다. 실제 제분사 7곳에는 6710억 원대 과징금이 나왔고, 일부 제분·제당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렸지만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원가 하락을 곧바로 마진 개선, 나아가 주가 호재로만 읽기 어려운 이유다.
같은 식품주라도 충격의 크기는 다르다. 내수 비중이 큰 기업은 국내 가격정책과 담합 이슈에 정면으로 노출된다. 반대로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은 국내 규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불닭 시리즈는 한국 라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다. 국내에서 가격 조사가 붙더라도 실적의 핵심 동력은 수출에 있는 구조다. 조사 헤드라인 하나로 식품주를 묶어서 보기 어려운 지점이다.
조사 소식에 과민하게 반응하기보다, 노출도와 리니언시 여부, 수출 비중으로 종목을 나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