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양어머니 김영식 여사가 낸 파양소송 1심에서 이겨 법률상 양자 지위와 경영권의 법적 정당성을 지켰다. 그러나 지분 구도를 흔들 수 있는 2조 원 규모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1심 기각 뒤 서울고법 항소심으로 이어지며 별개로 살아 있다. 투자자는 2018년 상속분할협의서의 유효성을 다투는 항소심 일정, 특히 11월 27일 변론준비기일을 확인해둘 만하다.

서울가정법원은 9월 3일 김영식 여사가 양아들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재판상 파양 청구를 기각했다. 구 회장이 1심에서 이긴 것으로, 법률상 양자 지위와 모자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결과가 곧바로 지분을 움직이지는 않는다. 구 회장은 2004년 구본무 선대회장의 양자로 입양돼 2018년 상속을 통해 최대주주가 됐다. 만약 파양이 인정됐다면 상속의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지만,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그 시나리오는 일단 닫혔다. 경영권의 법적 정당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구 회장에게 유리한 매듭이다.
다만 분명히 구분할 게 있다. 파양 소송이 정리됐다고 상속 다툼이 끝난 건 아니다. 지분 구도를 실제로 흔들 수 있는 소송은 따로 진행 중이다.

KATRIN BOLOVTSOVA
투자자가 주목할 쪽은 2조 원 규모의 상속회복청구 소송이다. 2023년 김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2018년 상속재산을 다시 나누자"며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했다.
핵심 자산은 지주회사인 ㈜LG 지분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LG 지분 11.28% 가운데 구 회장이 8.76%를 상속했고, 구연경 대표는 2.01%, 구연수 씨는 0.51%를 받았다. 김 여사는 LG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세 모녀는 이 배분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 회장의 현재 ㈜LG 단독 지분율은 자사주 소각 등을 거치며 16%대로 올라 있다. 상속분이 재조정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고, 이는 지배구조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지주회사인 ㈜LG는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정점에 있어, 이 지분의 향방이 곧 그룹 전체 경영권의 문제로 번진다. 다만 1심은 이미 세 모녀의 청구를 기각했다.
상속회복청구 1심은 올해 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원고 청구가 기각됐다. 세 모녀가 곧바로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올라갔다. 항소심의 쟁점은 하나로 모인다. 2018년 당시 작성된 상속분할협의서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이뤄진 유효한 합의였느냐다.
여기서 판단이 뒤집히면 지분 재분배 가능성이 열리고, 1심대로 유지되면 현재 구도가 굳어진다. 아직 어느 쪽도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결과를 예단하기보다 항소심 심리 과정을 지켜보는 게 맞다.
당장의 실적이나 배당과 직접 얽힌 사안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리스크를 보는 투자자라면 재판 일정을 체크해둘 만하다.
항소심은 서울고법 민사8-3부가 맡았고, 9월 4일 첫 변론준비기일은 비공개로 열렸다. 2차 변론준비기일은 11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변론준비기일은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라 이 단계에서 결론이 나오지는 않지만, 재판부의 심리 방향과 향후 일정 윤곽을 가늠하는 계기가 된다.
정리하면, 경영권의 법적 토대는 파양 기각으로 한층 굳어졌고, 지분에 영향을 줄 변수는 상속회복청구 항소심에 남아 있다. 단기 주가보다 이 소송의 진행 상황을 장기 관전 포인트로 두는 편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