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월 소매판매가 예상(+0.1%)을 깨고 0.6% 줄며 9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고, 온라인(-2.2%)과 자동차(-1.8%)가 낙폭을 키웠다. 소비 둔화로 9월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이 한 달 새 50%에서 30%대로 내려앉아, 국내 증시엔 수출 수요 위축이라는 부담과 긴축 완화라는 호재가 동시에 걸린다. 미국 소비재·IT 수요에 민감한 수출주와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를 나눠 보고, 다음 고용·물가 지표로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 7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6% 줄었다. 시장은 0.1% 증가를 예상했으니 방향 자체가 빗나갔다.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이 8월 14일 내놓은 이 수치는 9개월 만의 첫 감소이자 1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숫자를 끌어내린 건 특정 항목이다. 무점포(온라인) 판매가 2.2% 줄었는데, 아마존이 프라임데이를 7월에서 6월로 옮기면서 매출이 앞당겨진 영향이 크다. 자동차·부품은 1.8%, 주유소는 0.9% 감소했다. 주유소 매출 감소는 소비가 줄었다기보다 휘발유 가격이 내린 결과에 가깝다. 반면 의류는 1.9% 늘어, 소비가 전방위로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세금 환급이 몰렸던 4~5월에 지출이 앞당겨졌던 만큼 7월 숫자가 상대적으로 눌린 측면이 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자동차·주유소를 뺀 근원 소매판매도 0.4% 줄어 예상(+0.3%)을 밑돌았다. 소비의 기초 체력이 생각보다 약했다는 뜻이어서, 프라임데이 착시만으로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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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표의 진짜 무게는 금리에 있다. 발표 직후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연준 회의에서 기준금리(3.50~3.75%)를 동결할 확률은 69.4%로 올랐고, 인상 확률은 30.6%로 한 달 전 50%에서 크게 떨어졌다. 중동발 유가 불안으로 커졌던 '인상' 경계가 소비 둔화에 한풀 꺾인 것이다.
그렇다고 인하가 코앞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이 그리는 그림은 '인상 카드를 접고 동결'이지 '9월 인하'가 아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7월 55.2에서 51.0으로 내려앉은 점도 이 판단에 힘을 보탰다.
방향은 둘로 갈린다. 미국 소비가 식으면 그쪽에 물건을 파는 국내 IT·가전·자동차 수출주에는 수요 위축이 부담이다. 특히 온라인·전자 부문 둔화는 반도체와 세트 업체의 하반기 눈높이를 낮출 수 있는 신호다.
반대편엔 유동성 기대가 있다. 연준이 긴축을 더 조이지 않는다는 전망은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와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이다. 뉴욕증시가 이날 다우 0.20%, 나스닥 0.28% 하락에 그친 것도 '나쁜 지표가 곧 금리 완화'라는 해석이 충격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도 같은 논리 위에 놓인다. 수출 실적에 민감한 종목과 금리에 민감한 종목을 한 덩어리로 묶어 보면 방향을 놓치기 쉽다.
환율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서지 않는다는 전망은 달러 강세 압력을 덜어 원·달러 환율에 숨통을 틔운다.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담기에 부담이 줄어든다. 결국 수출 실적이라는 부담과 유동성·환율이라는 호재가 종목마다 다른 비중으로 얹히는 국면이다.
지금 결론을 내기엔 이르다. 한 달치 소비 부진이 곧 경기 침체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기본 시각이다.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이 세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전까지는, 수출주와 성장주를 따로 저울질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