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년 만에 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다가 농업계 반발 속에 '원점 재검토'로 한발 물러서면서 관련 테마가 다시 움직였다. 수출 제조업은 관세 철폐로 수혜가, 농수산과 일부 식품은 수입 확대로 부담이 예상되지만, 협정은 발효까지 단계가 길어 기대만으로 주가가 앞서가기 쉽다. 테마주를 쫓기 전에 그 기업이 실제로 관세 철폐의 수혜를 받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투자 판단의 출발점은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정부는 4년 만에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지만, 10월 들어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며 속도를 늦췄다. 동시에 상생기금, 유통 구조 개혁, 유휴 농지 활용 같은 농어촌 대책을 함께 언급했다.
즉 '가입 확정'이 아니라 '추진하다 멈춰 서서 다시 보는' 국면이다. 10월 7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CPTPP 피해 보전이 쟁점에 올랐고, 농업계 단체들은 10월 15일 집회를 예고했다. 정책의 방향이 아직 한쪽으로 굳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단계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테마주가 보통 '기대'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재검토 뉴스 하나에 급등했다가 되돌리는 변동성이 지금 가장 큰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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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열리는 쪽은 수출 제조업이다. CPTPP는 회원국 간 관세를 폭넓게 없애고 원산지 기준을 통합하는 협정이라, 가입하면 자동차와 부품, 기계, 전기전자 같은 수출 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다.
정부 분석에서도 방향은 비슷하다. 제조업 생산은 연 6조원대 증가가 예상되고, 실질 국내총생산도 발효 10년 뒤 0.38%포인트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경제로 보면 득이 실보다 크다는 계산이다.
다만 '제조업이 좋다'가 곧 '모든 제조주가 오른다'는 아니다. 이득은 CPTPP 회원국으로 실제 수출하는 비중이 크고, 지금 그 나라에 관세를 물고 있는 기업에 집중된다.
부담이 커지는 쪽은 농업·축산·수산과 이를 원료로 쓰거나 국내 생산과 경쟁하는 식품 업종이다. 관세가 내려가면 값싼 수입 농수산물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피해 추정치는 기관과 기준에 따라 폭이 넓다. 최근 분석에서는 15년간 농업에서 최대 10조원대, 수산에서 1조원대 피해가 거론됐고, 농림수산업 생산이 연 8500억원가량 줄어든다는 추정도 나왔다. 과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정은 농업 피해를 최대 6조원대로 봤다. 숫자가 다른 건 어느 기관이 어떤 가정을 썼느냐의 차이다.
유통은 양면적이다. 수입이 늘면 수입·판매를 하는 쪽엔 기회지만, 국내산 비중이 높은 품목을 다루는 업체엔 압박이 된다. 한 묶음으로 '유통주 수혜'라고 보기 어렵다.
무역협정은 주가에 한 번에 반영되지 않는다. 보통 검토, 협상 개시, 타결, 국회 비준, 발효의 단계를 밟고, 각 단계 사이가 몇 년씩 벌어진다.
단계마다 기대와 실망이 번갈아 나오며 관련주가 출렁인다. 지금처럼 '재검토'로 되돌아온 국면에서는, 한 번의 뉴스로 방향이 정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은 CPTPP 회원국 상당수와 이미 양자 FTA를 맺고 있어, 추가로 열리는 관세 혜택이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관련주를 보기 전에 다음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첫째, 그 기업의 수출 대상국에 CPTPP 회원국이 실제로 포함되는가. 둘째, 해당 품목이 관세 철폐 대상인지, 유예기간이 걸려 있는지. 일본은 쌀·축산물 같은 민감 품목의 관세철폐율을 74% 수준으로 낮게 묶었는데, 한국도 비슷한 방식을 쓰면 수혜 폭이 줄어든다. 셋째, 이미 체결된 FTA로 이득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지는 않은지.
정리하면 CPTPP는 업종을 가르는 재료이지, 종목을 보장하는 재료가 아니다. 가입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수혜 기대'만으로 들어가면, 협상 지연이나 재검토 뉴스에 그대로 노출된다. 기대가 아니라 관세표와 수출 비중을 먼저 보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