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남은 자사주 매입 여력 46조원이 외국인·개인의 매도 물량을 '기타법인' 순매수로 흡수하며 코스피를 떠받치고 있다. 다만 이 방어선은 총액과 기간이 11월 중순으로 정해진 한시적 안전판이어서, 외국인 매도 속도가 매입 속도를 넘어서는 순간 지지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매입 여력 숫자 자체보다 기타법인 일별 순매수와 외국인 순매도의 역전 여부, 매입 한도 소진율을 확인하는 편이 실전에 가깝다.

두 반도체 대장주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40조원, 삼성전자는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약 15조원 규모다. 합치면 55조원이다.
| 종목 | 기간 | 규모 | 8/20~27 매입 |
|---|---|---|---|
| SK하이닉스 | 8.20~11.19 | 40조원 | 6.52조 |
| 삼성전자 | 8.24~11.21 | 15조원 | 1.96조 |
8월 20일부터 27일까지 두 종목에 들어온 자사주 매입은 8조5700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전체 55조원에서 이미 쓴 8조여원을 빼면, 시장에서 말하는 '46조원의 매입 여력'이 나온다.

Rafael Minguet Delgado
핵심은 자사주 매입 물량이 수급 통계에서 '기타법인' 순매수로 잡힌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5조9100억원, 개인은 3조22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기타법인이 8조5700억원을 사들이며 이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실제로 기타법인은 6거래일 연속 하루 1조원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던지는데도 코스피가 8월 20일 이후 6700~6900선에서 크게 밀리지 않은 배경이 이것이다.
효과는 지수뿐 아니라 변동성에서도 드러났다.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달 초 80선까지 치솟았다가 월말 50선으로 내려왔다. 매입 주체가 하루도 빠짐없이 대량으로 받아주니, 급락에 베팅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월초 6200선까지 밀렸던 지수가 월말 6900 안팎을 회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어선의 성격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이건 무제한 방어선이 아니라 총액 46조원, 기간 11월 중순이라는 두 개의 마감선이 걸린 한시적 안전판이다. 삼성증권은 현재 속도가 유지되면 기타법인 순매수가 약 30거래일, 최소 한 달 반가량 이어질 것으로 봤다.
뒤집으면 균형이 깨지는 조건도 분명하다. 외국인 매도 속도가 매입 속도를 넘어서면 흡수가 안 된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가 8조원을 넘어선 점,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3%까지 오르며 신흥국으로 갈 자금을 붙잡아둔 점, 9~10월 대형 IPO가 수급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 모두 매도 쪽 압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11월 매입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방어 여력 자체가 줄어든다. 이 조건이라면 지수를 볼 때 봐야 할 것은 46조라는 여력의 크기가 아니라 그 여력이 소진되는 속도다.
방어선은 지금 작동 중이다. 다만 그 방어선이 총량과 시한이 정해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안심의 근거는 남은 금액이 아니라 매일의 수급 균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