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58.6원으로 18주 연속 내렸지만, 이는 수요 둔화보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을 묶어둔 석유 최고가격제의 영향이 크다. 정작 국제 기준유인 두바이유는 사우디 송유관 피격 여파로 한 주 새 10달러 넘게 올라 배럴당 126.5달러에 이르렀다. 국내 소매가와 국제유가가 반대로 움직이는 지금, 정유주 투자자는 최고가격제 조정 시점과 정제마진 추이를 함께 봐야 한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9월 셋째 주 리터당 1,858.6원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0.5원 내리며 18주 연속 하락이다. 경유도 1,843.9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그런데 국제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도입 기준유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126.5달러로 한 주 만에 10.1달러 급등했다. 사우디 핵심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고 아람코가 유럽 공급 중단을 통보한 여파다. 국제 휘발유 가격도 143.2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소매가가 내리는데 원유값이 오르는 이 어긋남을 이해하는 것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Jan van der Wolf
핵심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 지정 제도다. 이 제도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가격의 상한을 정한다. 정부는 9월 19일 자정부터 4주간 적용할 최고가격을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3차례 연속 동결했다.
즉 국제유가가 오르내려도 정유사가 받을 수 있는 국내 공급가는 일정 수준에 묶인다. 18주 하락은 수요가 무너져서가 아니라, 상한이 국제 급등분의 국내 전가를 막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흐름에 가깝다.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부터 8월까지 이 제도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평균 0.6%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소비가 위축된 면도 있어, 같은 기간 주유소 소매판매량은 전년 대비 휘발유 2.1%, 경유 8.4% 줄었다.
투자자 입장에서 최고가격제는 양날의 칼이다.
한쪽에서는 마진을 누른다. 국제유가가 뛰어도 국내 공급가는 상한에 걸려 있으니, 내수 판매에서 원가 상승분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 이 손실을 메우려고 정부는 정유사 손실 보전용 목적예비비 4조2000억 원을 편성해 뒀다. 바꿔 말하면 보전 여부와 규모가 실적 변수라는 뜻이다.
다른 한쪽에는 정제마진과 재고이익이 있다. 정유사 수익의 상당 부분은 원유를 제품으로 가공해 파는 정제마진과, 싸게 사둔 원유 가치가 오를 때 생기는 재고이익에서 나온다. 이 둘은 국제 가격을 따라가므로, 내수가 눌려도 수출과 마진 쪽에서 방향이 갈릴 수 있다. 그래서 정유주는 국내 소매가보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금은 국내가와 국제가가 어긋난 국면이라, 어느 쪽으로 정렬되는지가 관건이다. 다음 지표를 순서대로 보면 된다.
정리하면, 18주 하락이라는 헤드라인만 보고 기름값이 구조적으로 내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상한이 눌러둔 가격과 이미 오르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언제 만나는지가 정유주의 다음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