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9월 4일 장중 1340원대로 내려가 1년 2개월여 만의 최저를 기록했고, 엔화 강세와 연준 금리 인상 기대 약화, 국내 수급이 겹친 결과다. 원화 강세는 수출주 이익에 부담이지만 실적엔 주로 4분기에 반영되는 시차가 있어 연간 영향은 제한적이며, 반도체처럼 업황이 강하면 환율 부담이 상쇄되기도 한다. 환율은 매매의 방아쇠가 아니라 종목의 수출 비중·업황·외국인 수급과 함께 보는 참고 지표로 다루는 편이 안전하다.

원·달러 환율이 9월 4일 장중 1340원대로 내려갔다. 지난해 7월 1일(1348.5원) 이후 1년 2개월여 만의 최저다. 이날 1358.5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오후 들어 1349.5원까지 밀렸다.
원인은 대체로 달러 쪽에 있다.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에 엔화가 강해졌고, 미국 연준의 9월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며 달러가 힘을 잃었다. 여기에 국내 수급도 원화 강세를 거들었다. 수출업체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내다 팔았고,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힘이 같은 방향으로 겹친 결과다.

Rômulo Queiroz
교과서적인 방향은 분명하다. 원화가 강해지면 같은 달러를 벌어도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줄고, 해외에서 파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원화 강세는 이익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다만 여기서 투자자가 흔히 놓치는 지점이 시차다. 환율은 실적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한 증권사 분석은 "환율 효과는 4분기에만 반영되므로 올해 전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지금의 환율 하락이 당장 이번 분기 숫자를 크게 흔들기보다, 연말 실적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주가가 실적보다 먼저 환율 방향을 반영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 시차 때문이다.
같은 원화 강세라도 업종에 따라 체감이 갈린다. 부담이 큰 쪽은 반도체·반도체장비, 디스플레이, 건강관리, 소비재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반대로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 쓰는 운송·에너지 업종은 원가가 낮아져 오히려 마진이 개선된다. 대한항공 같은 항공주가 환율 하락기에 거론되는 이유다.
반도체는 조금 결이 다르다. 원화 강세가 부담 방향인 건 맞지만, 지금은 메모리 업황 자체가 좋아 환율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씨티그룹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0% 낮췄는데, 이는 환율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환율 한 줄로 종목을 재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환율은 매매의 방아쇠가 아니라 배경 변수로 두는 편이 안전하다. 다음 기준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환율의 다음 방향에 대해서는 더 내렸다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견해와 경상흑자를 근거로 연말 1300원까지 본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어느 쪽도 확정이 아니다. 그래서 환율은 예측해 베팅하는 대상이라기보다, 보유 종목의 실적을 읽는 참고 지표로 다루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