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호르무즈에서 화물선이 또 피격됐지만 유가는 눌린 채 VLCC 하루 용선료가 100만 달러를 넘고 유조선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정유·해운주를 실제로 움직이는 변수는 유가 헤드라인이 아니라 운임과 통항량이다. 지금이 봉쇄가 아닌 비용 상승 국면인지, 통항량·운임·정제마진이 어디로 향하는지 며칠 더 확인할 시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이 또 피격됐다는 소식에 정유·해운주를 들여다본다면, 먼저 기억할 게 하나 있다. 이 업종의 주가를 실제로 밀어 올리거나 끌어내리는 건 유가 헤드라인이 아니라 '원유를 실어 나르는 비용', 즉 운임과 통항량이다.
9월 23일(현지시간) 호르무즈에서 앤티가바부다 선적 화물선 '케이프 다오호'가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인도 국적 선원 1명이 숨지고 배가 표류했다. 배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지금은 유가가 눌려 있는데도 해운·정유 관련주가 따로 반응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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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배가 부족해졌다'는 데 있다. 위험 구간을 피하려는 선박이 늘고,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이 9월 초 드론 피격으로 멈추면서 원유가 호르무즈 해상으로 다시 몰렸다. 우회와 환적으로 한 척이 도는 시간이 길어지자, 같은 물량을 나르는 데 더 많은 배가 필요해졌다.
숫자가 이 흐름을 보여준다. 글로벌이코노믹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서 중국으로 가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하루 용선료는 103만5천 달러, 약 14억 원까지 올라 이 기준 항로에서 처음으로 하루 100만 달러를 넘었다. 한국경제 보도로는 전 세계 VLCC 평균 하루 수익이 약 65만 달러로 송유관 중단 전의 두 배 수준이고, 오만 해안에는 세계 유조선의 약 15%인 135척가량이 대기하듯 묶여 있다.
여기서 갈림길이 생긴다. 유가는 공급 우려가 실제 감산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눌리지만, 운임은 배가 모자란 동안 계속 높다. 정유사는 운송비까지 포함한 도착 원가로 계산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내려도 국내 휘발유·경유값이 잘 안 떨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올해 이 패턴은 반복됐다. 머니투데이 집계를 보면 6월 호르무즈 전면 차단 우려가 커졌을 때 STX그린로지스가 상한가로 뛰었고 흥아해운·HMM·팬오션이 함께 올랐다. 7월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STX그린로지스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대 방향도 분명했다. 3월 리스크 완화 기대가 돌자 방산·정유·해운주가 나란히 내렸다. 조선은 결이 조금 다르다. 운항 거리가 길어질수록 같은 물량에 더 많은 배가 필요해 LNG선 발주 수요로 연결되는데, 상반기 LNG선 신조선가는 척당 2.7억 달러를 넘겼다.
정리하면 해운주는 '차단·긴장'에 민감하게 급등락하는 테마성 반응을, 조선주는 발주라는 시차를 둔 실적 반응을 보인다. 둘을 같은 타이밍으로 다루면 어긋난다.
첫째, 통항량과 수송량이다. 피격 뉴스에도 이달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출은 환적 방식으로 하루 650만 배럴 수준까지 회복했다(이데일리). 수송이 돌아가고 있다면 '봉쇄'가 아니라 '비용 상승' 국면이라는 뜻이고, 주가가 봉쇄를 가정해 급등했다면 되돌림 위험이 있다.
둘째, 운임의 지속성이다. 하루짜리 스파이크인지, 며칠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가 해운사 실적으로 이어질지를 가른다. 단발 피격 뒤 운임이 곧 식으면 상한가는 되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 정유는 운임을 마진에 얼마나 전가하는지를 봐야 한다. 원가가 오르는데 소비자가·정제마진이 따라오지 못하면 정유주엔 오히려 부담이다.
결정을 서두를 이유는 크지 않다. 배후와 확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지금은, 헤드라인의 방향보다 통항량·운임·마진이라는 숫자가 실제로 어디로 향하는지를 며칠 더 지켜보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