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유엔총회 계기로 대화 재개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란이 봉쇄 해제 시 7일 내 호르무즈 재개방을 시사했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던 길목이 열리면 유가 하락 압력이 커지고, 이는 재고평가손실 탓에 정유주엔 단기 부담으로 작용한다. 협상이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지, 유가 하락이 추세로 굳는지가 확인 포인트다.
미국과 이란이 유엔총회를 무대로 대화 재개 신호를 주고받았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해상봉쇄를 풀면 수일, 구체적으로는 7일 안에 걸프 지역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통과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조건은 봉쇄 해제와 동결자산 해제, 그리고 전쟁 종식이다.
제안이 알려지자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정유·에너지주 투자자라면 이 협상을 '유가 하방 재료'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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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는 전쟁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던 길목이다. 봉쇄 이후 통행량이 급감하면서 유가를 밀어 올린 핵심 요인이 됐다.
| 지표 | 전쟁 전 | 최근 |
|---|---|---|
| 호르무즈 통과 원유 | 약 1,830만 배럴/일 | 약 698만 배럴/일 |
| 이란 원유 수출 | 89만 배럴/일(7월) | 사실상 0(9월) |
최근 통과량은 9월 20일까지 7일 평균 기준이다. 전쟁 전의 약 38% 수준으로, 그만큼 공급이 막혀 있었다는 뜻이다. 특히 이란산 원유 수출은 7월 하루 89만 배럴에서 9월 들어 사실상 0으로 끊겼다. 재개방이 실제로 이뤄지면 막혔던 물량이 시장으로 돌아오고, 유가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협상이 어긋나면 지금의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서 유가가 다시 튀어 오를 여지도 남는다.
유가 하락이 정유주에 곧바로 호재는 아니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유사는 미리 사둔 원유로 제품을 만드는데, 유가가 떨어지면 비싸게 확보한 원유를 싼값에 판매하는 재고평가손실이 생긴다. 석유제품 가격까지 함께 약세를 보이면 정제마진도 눌린다.
실제로 최근 석 달 사이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44.3달러에서 103.7달러로 28% 넘게 빠졌고, 등유와 경유는 40%대 하락률을 보였다. 두바이유도 중동 전쟁 당시 120달러를 웃돌다 종전 기대감에 70달러 안팎까지 내려왔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하반기 영업이익이 상반기 대비 절반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이는 확정 실적이 아니라 전망치다.
반대로 원유를 대량으로 사서 쓰는 항공·해운이나 전력·화학 업종에는 유가 하락이 비용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같은 재료라도 업종에 따라 부호가 갈린다.
주의할 대목은 협상이 타결이 아니라 신호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 7월 임시 합의가 무산된 뒤 대화는 사실상 멈춰 있었다. 이란은 봉쇄 해제를 앞세우지만, 미국은 이란 핵무기를 막는 것을 핵심 목표로 두고 향후 협상의 초점을 핵 프로그램에 맞추려는 기류다. 재개방과 핵 문제 사이의 우선순위 간극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정유·에너지주를 본다면 확인할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의 봉쇄 해제 신호가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가. 둘째, 호르무즈 통과량이 통계로 회복되는가. 셋째, 유가 하락이 일시적 반응에 그치는지 추세로 굳는지다. 협상이 말에 머무는 동안에는 유가도, 정유주도 방향을 확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