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8월 13일(현지시간) 미국에 투자한 외국 조선사가 본국에서 만든 군함을 미 해군이 최대 2척까지 도입하는 방안을 90일 안에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조건을 충족한 국내 기업은 한화가 유일하다. 그동안 정비(MRO)에 머물던 한·미 조선 협력이 새 배를 짓는 신조 발주로 넘어갈 문이 열렸다는 신호다. 다만 의회 권한 부여와 계약별 통보 절차가 남아 있어, 발주 시점과 규모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기대와 실제를 구분해 봐야 한다.
한화오션에 이미 익숙한 소식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상선 수주 호황, 다른 하나는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실적이다. 한화오션은 2024년 8월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함 정비를 국내 조선소 처음으로 수주해 2025년 3월 인도했다.
이번 발표는 그 연장선이 아니다. 백악관은 8월 13일(현지시간) 미국에 투자한 외국 조선사가 본국에서 건조한 군함을 미 해군이 최대 2척까지 도입하는 방안을 국방부가 90일 안에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비가 아니라 새 배를 한국에서 지어 미 해군에 납품하는 길, 곧 신조(新造) 발주의 문을 처음 연 것이다. 첫 2척 이후의 물량은 미국 조선소에서 지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정비와 신조는 매출의 무게가 다르다. MRO는 한 척을 손봐 넘기는 단발성 사업에 가깝지만, 함정 한 척을 처음부터 건조하는 신조는 계약 규모와 후속 물량이 훨씬 크다. 정비 실적으로 신뢰를 쌓아온 한화오션에 이번 조치가 새로운 국면으로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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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조건은 단순 수출이 아니다. 미국에 새 조선소를 짓거나 기존 미 조선소의 과반 지분을 확보한 외국 기업이어야 한다. 한화는 2024년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이 조건을 이미 충족한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여기에 미국인 고용·훈련, 본국 기술의 미국 이전, 현지 공급망 활용이라는 자격이 더 붙는다.
그동안 미 해군 함정은 원칙적으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제한돼 왔다. 국내 건조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예외를 튼 것이라, 조건을 갖춘 기업에는 사실상 진입 장벽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발표가 곧 매출은 아니다. 확인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허용 방침'과 '실제 발주'는 다른 문제다. 각 관문에서 척수나 시점이 줄거나 늦춰질 수 있다.
주가에는 기대가 상당히 실려 있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 연속 한화오션을 순매수하며 8,000억 원가량을 담았고, 한국이 미국 조선업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MASGA' 구상이 배경에 깔려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밝히며 호위함 건조 협력 업체로 한화오션을 직접 거명하기도 했다. 이름이 오른 것과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은 다른 단계다.
관건은 세 가지다. 첫째, 의회가 해외 건조 권한을 실제로 부여하는지. 둘째, 필리조선소 증설(연 1~1.5척에서 20척 목표)과 오스탈USA 인수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는지. 셋째, HD현대·삼성중공업도 미국 투자로 참여를 노리는 만큼 물량이 한화에 얼마나 집중되는지다. 이 세 가지가 확인되기 전이라면, 지금 주가는 발주 자체보다 정책 방향에 베팅한 값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이번 발표는 협력의 무게가 정비에서 건조로 옮겨갔다는 분명한 신호다. 다만 첫 2척이라는 상징적 물량이 계약서로 바뀌기까지는 의회와 국방부의 후속 절차를 하나씩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