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웨스팅하우스 지분 약 15% 인수와 이사회 진입을 추진하며 17일 국회 보고와 18일 MOU 체결이 예정돼 있다. 지분 확보는 한수원의 APR1400 지식재산권 분쟁을 풀 열쇠지만, 미국이 경영 참여에는 신중해 실제 성과는 아직 유동적이다. 원전주 투자자는 MOU의 이사 지명권 반영 여부와 최종 계약 시점을 확인해 기대와 확정을 구분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약 15%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150억~200억달러로 잡으면 3~4조원대 투자다. 정부는 단순 지분 참여를 넘어 이사회 진입, 즉 이사 지명권까지 원한다.
지분을 사려는 진짜 이유는 지식재산권 문제에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수주에 나서자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원자로 설계기술 APR1400에 대한 지재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미국의 동의 없이는 이 기술을 제3국에 수출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이 문제가 발목을 잡아 왔다.
정부 계산은 명확하다. 웨스팅하우스의 주주가 되면 이 분쟁에서 협상력을 쥐고, 나아가 미국 대형 원전 시장에도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협상은 한·미 투자 합의문에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 추진'이 담기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이 자국 원전 확대에 한국의 자본과 시공 능력을 끌어들이려는 그림이다.
Photo by Anne Nygård on Unsplash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한국의 자본과 시공 능력이 필요해 투자와 사업 참여에는 긍정적이지만, 경영 참여에는 신중하다. 한국이 원전 시장에서 사업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웨스팅하우스 이사 6명은 대주주인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각각 3명씩 지명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이사 자리를 요구하는 구도다. 돈을 내는 것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지금 협상의 실제 쟁점은 후자에 가깝다.
원전 밸류체인 기업들은 이 협상에서 두 갈래의 시나리오를 마주한다.
먼저 지분 인수가 이사회 참여까지 이어지면 지재권 족쇄가 풀린다. 한수원의 수출길이 열리고, 원자로 주기기를 만드는 두산에너빌리티, 시공을 맡는 현대건설 같은 기업이 수혜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국 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통로가 넓어지는 셈이다.
반대로 지분은 넘기되 경영 참여는 막히는 형태로 마무리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4조원을 넣고도 지재권 협상력이 기대만큼 커지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수혜 기대'로 미리 오른 주가는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와 불확실성을 안게 된다.
핵심은 지분율 숫자가 아니라 이사 지명권 확보 여부다. 여기서 결과가 갈린다.
일정부터 보면, 정부는 17일 국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18일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다만 MOU는 최종 계약이 아니라 협상의 방향을 담는 단계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MOU에 이사 지명권이 실제로 담기는지다. 둘째, 지분율이 15% 안팎에서 확정되는지, 아니면 미국이 더 낮은 수준을 제시하는지다. 셋째, MOU 이후 본계약과 지재권 소송 처리 방향이다.
이 세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기대'와 '확정'을 구분해서 보는 편이 안전하다. 발표 문구에 '투자 검토', 'MOU'처럼 확정이 아닌 단어가 붙어 있다면, 아직은 협상 중이라는 뜻으로 읽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