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11월 2일 삼성전자 목표주가 60만원, SK하이닉스 350만원을 상향이 아닌 기존 수준 유지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예상 EPS에 목표 PER을 곱한 가정의 산물이어서, 어떤 이익과 잣대를 쓰느냐에 따라 같은 종목도 증권사마다 수십만 원씩 벌어진다. 투자자는 숫자의 크기보다 그 가정과 함께 중국 메모리 추격이나 단기 변동성 같은 리스크를 확인해야 한다.

KB증권은 11월 2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 60만원, SK하이닉스 350만원을 제시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게 '상향'이 아니라 기존 목표가 '유지'라는 것이다. 반도체 투자의견은 긍정적을 유지했고, 두 종목을 모두 최선호주로 꼽았다.
목표주가는 애널리스트가 대략 1년 뒤 이 정도까지는 갈 만하다고 보는 값이다.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가정 위에 세운 추정치다. 그 가정이 뭔지 모르면 숫자는 그냥 큰 숫자일 뿐이다.

Vito Goričan
가장 널리 쓰는 공식은 단순하다. 목표주가는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목표 PER을 곱해 구한다. 예상 EPS는 그 기업이 벌어들일 이익 전망이고, 목표 PER은 이익 1원당 몇 배를 쳐줄 것이냐다. 둘 중 하나만 바뀌어도 목표가는 통째로 움직인다.
가령 내년 이익 전망을 올려 잡으면 EPS가 커져 목표가가 뛰고, 같은 이익에 더 높은 배수를 매겨도 결과는 같다. 그래서 목표가 상향 뉴스를 볼 때는 이익 전망이 좋아진 것인지, 적용 배수를 올린 것인지부터 구분하는 편이 낫다.
여기서 어떤 잣대를 쓰느냐도 결정적이다. SK증권은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 목표가를 100만원으로 올리면서 평가 기준 자체를 바꿨다. 자산가치를 보는 PBR이 AI 사이클에서 주가 설명력을 잃고 있다며, 이익 중심의 PER로 갈아탄 것이다. 같은 회사라도 무엇으로 재느냐에 따라 적정가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가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는 크게 벌어진다. SK하이닉스만 해도 증권사에 따라 목표가가 350만원대부터 400만~500만원대까지 제시됐다. 같은 회사를 두고 나온 숫자다.
특히 반도체는 어떤 잣대로 볼지부터 논쟁 중이다. 전통적으로 메모리는 이익 변동이 큰 경기순환 업종이라 PBR로 평가했는데, 최근엔 업황 구조가 바뀌었다며 PER을 쓰는 리포트가 늘었다. 반대로 이익이 출렁이는 산업엔 PER이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그래서 목표가가 높다는 것만으로 더 정확한 평가라고 보긴 어렵다.
리포트를 읽을 땐 숫자보다 세 가지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어느 시점의 이익을 썼는지, 목표 배수의 근거가 뭔지, 할인율을 얼마나 적용했는지다.
높은 목표가는 이익이 계속 좋을 것이라는 전제에 기댄다. 그 전제를 흔들 수 있는 두 가지는 미리 봐 둘 만하다.
첫째, 단기 변동성이다. 11월 3일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3.37% 내렸고, AMD는 7% 넘게 빠졌다.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높아진 주가에 대한 경계감이 겹친 결과다. 반도체주는 이런 하락을 함께 맞는 경우가 많고, 이런 분위기에서 내년 이익 전망이 하향되면 목표가도 조용히 따라 내려간다.
둘째, 중국의 추격이다. 중국 업체들이 D램과 낸드 양산을 늘리면 공급이 많아지고 메모리 가격이 눌린다. 가격이 빠지면 목표가의 토대인 이익 추정부터 흔들린다.
목표가는 참고선이지 보증서가 아니다. 숫자의 크기보다 그 숫자가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를 보는 쪽이 헤드라인에 휘둘리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