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으로 브렌트유가 10월에만 13%를 넘게 올라 배럴당 117달러대에 올라섰다. 같은 유가 상승도 원유가 비용이자 매출인 정유, 순수 비용인 항공, 원료인 화학에 따라 영향이 반대로 갈린다. 이번처럼 지정학 이벤트로 생긴 급등인지 수요·공급이 바꾼 지속 상승인지, 그리고 정제마진·유류비 비중·납사 가격 같은 업종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중동 긴장이 유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10월 30일 브렌트유 12월물은 배럴당 117.64달러, WTI는 104.12달러로 마감했다. 10월 한 달 동안 브렌트유는 13.6%, WTI는 15.2% 올라 지난 4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지난달 16%가량 빠졌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증시 변동성도 커졌다.
이럴 때 투자자가 먼저 구분해야 할 건 '유가가 그 업종에서 비용이냐, 매출이냐'다. 정유사에게 원유는 사오는 비용이자 되파는 제품의 재료다. 항공사에게 연료는 순수한 비용일 뿐이다. 화학사에게는 원유에서 뽑은 납사가 기초 원료다. 출발선이 다르니 유가가 같은 폭으로 올라도 손익은 반대로 움직인다.

Jeffry Surianto
유가가 오르면 정유주가 수혜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맞는 면이 있다. 사둔 원유의 평가가치가 올라 재고평가이익이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익은 유가가 오른 순간에 생기는 일회성 성격이 강하다.
실속은 정제마진에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으로, 정유사가 실제로 남기는 몫이다. 유가가 올라도 제품 가격이 그만큼 따라 오르지 않으면 정제마진은 오히려 눌린다. 올해 한 증권사 자료에서도 유가 상승률보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률이 품목별로 더 컸던 국면이 있었고, 반대로 정제마진이 고점에서 내려온 시기도 있었다. 재고이익 뉴스와 정제마진 흐름을 따로 봐야 하는 이유다.
항공주는 방향이 분명하다.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에서 큰 몫을 차지해 유가가 오르면 실적에 곧장 부담이 된다. 유류할증료가 붙어 항공권 값이 오르면 여행 수요까지 눌릴 수 있다. 다만 여행 수요가 탄탄하면 비용 상승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는 반론도 있어, 수요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화학주는 납사 가격이 관건이다. 납사가 원가의 상당 부분이라 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관건은 오른 원가를 제품 가격에 얼마나 넘기느냐다. 전가력이 있는 제품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같은 유가 국면에서도 주가가 갈린다.
여기서 한 번 더 나눠야 한다. 이번 상승은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습과 이란 확전 우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겹친 지정학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이런 급등은 종전 협상이나 긴장 완화 소식에 빠르게 되돌려질 수 있다.
반면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구조적으로 줄어 생기는 지속 상승은 성격이 다르다. 정제마진과 전가력이 업종 실적을 길게 가른다. 이벤트성 급등에서는 정유주의 재고이익을 길게 기대하기보다, 긴장 완화 신호에 따라 유가가 되돌아갈 가능성을 함께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정리하면 업종마다 봐야 할 지표가 다르다.
| 업종 | 유가 상승 시 | 핵심 점검 지표 |
|---|---|---|
| 정유 | 단기 유리 | 정제마진, 재고효과, 제품 공급 |
| 항공 | 불리 | 유류비 비중, 유류할증료, 여행 수요 |
| 화학 | 대체로 불리 | 납사 가격, 제품 스프레드, 전가력 |
유가 급등 뉴스 하나로 업종을 통째로 사고팔기보다, 그 상승이 어떤 성격인지와 위 지표가 실제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수를 줄인다. 특히 지금처럼 중동발 변수로 하루에도 등락이 큰 국면에서는, 유가 숫자보다 정제마진과 종전 협상 같은 뒤따르는 신호가 방향을 더 정확히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