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이 시장 기대치인 700억 달러를 29% 밑돈다는 보도에 엔비디아가 2.94% 내리며 AI 인프라주가 흔들렸다. 거품론의 핵심은 주가 수준이 아니라 거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매출로 돌아오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서로 사고팔며 매출을 만드는 순환거래 구조에 있다. 투자자는 이번 하락이 단일 지표에 대한 일시 반응인지 구조적 의구심인지 몇 가지 지표로 가려 다음 실적 시즌을 확인하면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오픈AI가 투자자들에게 연환산 매출을 약 500억 달러로 알렸다고 보도했다. 시장이 기대한 700억 달러보다 29% 낮았고, 차이만 약 2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숫자 하나에 AI 인프라 관련 주식이 함께 밀렸고, 엔비디아는 하루 2.94% 내렸다.
여기서 연환산 매출은 확정된 연간 실적이 아니라 특정 기간 매출이 1년 이어진다고 가정해 환산한 값이다. 즉 실적이 꺾였다기보다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런데도 낙폭이 컸던 이유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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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논쟁의 핵심은 엔비디아 주가가 비싸냐가 아니다. 거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매출로 돌아오느냐는 간극의 문제다.
지난해 거품론을 다룬 보도들은 두 가지를 반복해서 짚었다. 하나는 빅테크의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실제 AI 서비스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 연쇄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순환거래 구조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그 돈의 상당 부분이 다시 엔비디아 칩 구매로 돌아오는 식의 거래가, 닷컴 버블 때의 벤더 파이낸싱과 닮았다는 비판이다. AMD는 오픈AI에 칩을 팔면서 지분을 싸게 넘기는 선택권을 줬고,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지분을 들고 2032년까지 팔리지 않은 용량을 떠안기로 했다. 고객이자 투자자이고, 매출처이자 자금줄인 관계가 겹겹이 엮인 셈이다.
반론도 분명하다. 엔비디아는 투자자에게 보낸 팩트체크 문서로 이를 반박했고, 일부 애널리스트는 진짜 위험은 엔비디아가 아니라 부채를 끌어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업들에 있다고 봤다.
둘은 같은 하락처럼 보여도 성격이 다르다.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일시 조정에 가깝다고 볼 신호는 이렇다. 이번처럼 매출 '목표' 하나에 대한 실망이고, 기업의 실제 실적 자체는 꺾이지 않았으며, 아시아 증시가 뉴욕을 따라 출발했다가 낙폭을 줄이는 식으로 충격이 그대로 복제되지 않는 경우다.
구조적 의구심 쪽은 다르다. 설비투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그에 비례한 AI 매출이 분기를 거듭해도 보이지 않고, 매출의 상당 부분이 순환거래에서 나오며, 투자 재원이 자기 현금이 아니라 부채에 기대고 있다면 그건 숫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답을 내기보다, 다음 실적 발표에서 아래를 보면 판단이 선다.
하나자산운용 이왕섭 팀장도 메모리 가격, 반도체 기업의 증설 속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익 추정치 등 비슷한 지표를 비중 조절의 신호로 제시했다. 하루치 주가보다 이 지표들이 같은 방향으로 꺾이는지가 거품론을 읽는 실제 잣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