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산 제품 약 200억 달러에 50% 관세를 8월 22일 발효하자 캐나다는 9월 8일 보복관세로 맞섰다. 통상 마찰은 대개 위험회피 심리를 통해 환율과 안전자산 시장으로 번지는데, 이번엔 달러와 미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이 다르다.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과 함께 달러지수, 미 국채금리, 금값을 묶어서 확인하는 편이 유리하다.
미국은 8월 22일 현지시간 0시 1분을 기해 캐나다산 제품 약 200억 달러 규모에 50% 관세를 발효했다. 무역협상이 최종 결렬된 직후의 기습 조치였다. 하키스틱, 와인, 목재, 농산물 등 수백 개 품목이 대상에 올랐다.
캐나다도 같은 날 대응 방침을 내놨다. 마크 카니 총리는 오타와 의회에서 미국의 제안을 "나쁜 거래"라고 부르며, 9월 8일부터 미국산 철강·낙농품·가전·농기계·펄프 등에 1대1로 상응하는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품목별 세부 관세율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미 무역대표부는 캐나다가 주초 합의된 조건대로 협정을 마무리하길 거부했다고 주장했고, 추가 협상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즉 지금은 관세가 한 차례 오간 뒤 다음 카드가 예고된, 갈등이 아직 진행 중인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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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 사이의 관세는 그 나라 물가와 기업 실적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역 갈등이 커지면 시장은 성장 둔화와 불확실성을 먼저 반영하며 위험자산에서 발을 뺀다. 이렇게 빠져나온 돈이 흘러가는 곳이 전통적인 안전자산, 즉 달러와 미국 국채, 금, 엔화 같은 자산이었다.
교과서대로라면 관세전쟁이 격화될수록 달러와 미 국채가 강해져야 한다. 위험을 피하려는 돈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자산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공식이 2026년 들어 예전만큼 매끄럽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빠르게 불어나고 관세 정책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달러와 미 국채에 붙어 있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얇아졌다. 달러 현물지수는 3개월 최저 부근을 맴돌았고, 미 국채가 안전자산이 아니라 위험자산처럼 움직인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왔다.
대신 돈은 금과 유로, 위안화 쪽으로 분산됐다. 국제 금값은 8월 들어 온스당 4천 달러대를 지켰는데, 중앙은행들의 매입과 지정학적 긴장이 바닥을 받치고 있다. 관세전쟁이 안전자산 수요를 키우는 방향은 그대로지만, 그 수요를 받아내는 자산이 달러 일변도에서 금 등으로 넓어졌다는 것이 이번 국면의 차이다.
그렇다고 원달러 환율이 관세 뉴스 하나로 움직인다고 보면 오판하기 쉽다. 최근 원화는 오히려 강세였다. 8월 21일 원달러는 1386.5원, 장중 한때 1380.3원까지 내려가며 11개월 만에 1300원대에 들어섰다.
배경은 수출이다. 8월 1~20일 수출이 전년 대비 크게 늘고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을 눌렀다. 여기에 달러 약세와 엔 약세가 겹쳤다. 즉 국내 환율에는 관세발 위험회피(원화 약세 압력)와 수출 호조(원화 강세 압력)라는 상반된 힘이 동시에 작용한다. 지금은 후자가 앞서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관세전쟁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가 지표를 하나만 보면 방향을 놓치기 쉽다. 최소한 다음 네 가지는 묶어서 보는 편이 낫다.
첫째, 원달러 환율의 방향과 속도다. 하루 변동 폭이 갑자기 커지면 위험회피 심리가 유입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둘째, 달러지수다. 관세 악재에도 달러가 오르지 않는다면 달러의 안전자산 역할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셋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다. 안전자산이라면 위기에 금리가 내려야 하는데, 오히려 오른다면 미 국채가 위험자산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신호다. 넷째, 금값이다. 달러 대신 어디로 돈이 몰리는지를 보여주는 대체 지표다.
캐나다 보복관세의 세부 관세율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추가 협상 일정도 없다. 확정된 것과 예고에 그친 것을 구분해서, 위 지표들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