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비만 신약 후보 HM17321을 최대 23억 달러(약 3조5000억원)에 기술수출했고, 지금 확정된 선급금은 1억9000만 달러(약 2850억원)다. 총액의 대부분은 임상·허가·상업화 단계마다 붙는 마일스톤과 로열티라 실제 수령은 개발 성공에 달려 있으며, 선급금 비율이 약 8%로 업계 평균보다 높다는 점이 이번 계약의 특징이다. 과거 사노피·베링거인겔하임 계약이 축소·반환된 전례가 있는 만큼, 투자자는 총 계약금액보다 선급금 규모와 현재 개발 단계, 권리 반환 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한미약품이 8월 24일 스위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기술수출했다. 언론이 강조한 숫자는 최대 23억 달러, 원화로 약 3조 5000억원(환율에 따라 3조 2000억원으로도 표기된다)이다. 발표 당일 주가는 상한가로 반응했다.
다만 이 총액을 그대로 손익으로 읽으면 계약을 잘못 이해하게 된다. 이번 계약에서 지금 확정된 현금은 선급금 1억 9000만 달러, 약 2850억원이다. 나머지 약 3조원은 임상, 규제 승인, 상업화 단계마다 목표를 달성해야 지급되는 마일스톤과, 제품이 팔린 뒤 매출에 연동되는 로열티다.
즉 총 계약 규모는 "다 잘 풀렸을 때의 최대치"이고, 확정 수령액은 그 12% 남짓이다.
Photo by Maxim Hopman on Unsplash
기술수출 계약을 평가할 때 실무에서 먼저 보는 지표가 선급금 비율이다. 선급금은 개발이 실패해도 돌려주지 않는 확정 대금이라, 도입하는 쪽이 해당 물질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하나증권은 이번 계약의 선급금 비율을 약 8.2%로 계산했다.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의 평균 선급금 비율이 대체로 6~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임상 초기 단계 물질치고는 높은 편이다. 하나증권은 목표주가를 61만원에서 66만원으로 올렸다.
HM17321은 UCN2 유사체 계열로, 주 1회 피하주사로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 손실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비만치료제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근육 감소를 겨냥한 설계라는 점이 도입 배경으로 꼽힌다.
규모만 보면 이번 계약이 한미약품 역대 최대급은 아니다. 국내 제약 기술수출 흐름 속에서 위치를 보면 이렇다.
| 시점 | 상대·물질 | 규모 |
|---|---|---|
| 2015 | 사노피·당뇨 | 약 5조원 |
| 2018 | 얀센·레이저티닙(유한양행) | 약 1조 4000억원 |
| 2026.5 | 일라이릴리·소네페글루타이드 | 약 1조 9000억원 |
| 2026.8 | 제넨텍·HM17321 | 최대 약 3조 5000억원 |
총액 기준으로는 2015년 사노피 당뇨 계약이 여전히 더 크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액수 자체보다, 한미약품이 3개월여 만에 일라이릴리에 이어 다시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연달아 검증받았다는 데 있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HM17321이 아직 임상 1상 단계라는 점이다. FDA 임상시험계획은 2025년 11월 승인됐고, 한미약품이 1상을 마치면 2상부터는 제넨텍이 개발을 이어간다. 신약이 1상에서 상업화까지 도달할 확률은 통상 한 자릿수에 그친다. 마일스톤 대부분은 이 관문을 통과해야 현실이 된다.
과거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2015년 사노피 당뇨 계약은 이후 규모가 축소됐고, 같은 해 베링거인겔하임에 넘긴 폐암 신약 올무티닙은 이듬해 권리가 반환됐다. 대형 기술수출이 계약 그대로 끝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례다.
정리하면, 이런 계약에서 투자 판단의 무게중심은 총 계약금액이 아니라 세 가지에 있다. 첫째 확정 선급금 규모, 둘째 현재 개발 단계와 다음 관문, 셋째 권리 반환이나 계약 해지 조건이다. 총액이 크더라도 개발 단계가 이르고 반환 조항이 느슨하면 실제 실현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선급금 비중이 높고 상대가 개발을 직접 이어받는 구조라면, 그만큼 도입사의 확신이 반영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