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9월 29일 새 송전선 건설 대신 유연접속과 ESS로 기존 전력망 용량을 늘리는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호남권만 봐도 늘어나는 태양광 수용량의 대부분을 배터리(ESS)가 떠받치는 구조여서, 같은 전력망 테마라도 건설용 변압기·전선과 ESS·계통 운영은 정책과의 거리가 다르다. 종목을 보기 전에 사업이 어디에 연결되는지, 기대감이 이미 실제 수주로 확인됐는지부터 갈라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 '2030 재생에너지 100GW 수용 전력망 혁신대책'을 보고했다. 5대 전략 9개 과제로 짜였는데, 관통하는 방향은 하나다. 새 송전탑을 세우는 대신 이미 깔린 망을 최대한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배경에는 시간 문제가 있다. 송전선 하나 새로 놓는 데 통상 9년 안팎이 걸린다. 그사이 태양광은 계속 늘어 접속을 기다리는데, 호남권은 2024년 9월부터 계통 제약으로 신규 접속이 2034년 이후로 밀려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정부가 택한 건 건설이 아니라 운영 방식의 전환이다.

Magda Ehlers
핵심 수단은 세 가지다. 첫째, 유연접속(non-firm)이다. 망 용량을 잠깐 넘길 때 태양광 출력을 조절하는 대신, 발전소를 용량 위로도 우선 접속시킨다. 둘째, 배전망과 변전소 곳곳에 ESS(대형 배터리)를 넣어 낮에 남는 태양광을 저장했다가 다른 시간에 흘려보낸다. 셋째, 쓰지도 않으면서 접속권만 잡아둔 이른바 '알박기'를 회수해 재분배한다.
호남권을 예로 들면 송전단 수용량을 37GW에서 64GW로, 배전단을 18GW에서 30GW로 2030년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늘어나는 호남 태양광 수용량의 내역을 보면 방향이 분명해진다.
| 수단 | 호남 추가 수용 |
|---|---|
| 유연접속 | 2.6GW |
| 배전망 ESS | 3.0GW |
| 변전소 ESS | 1.6GW |
배터리, 즉 ESS가 늘어나는 용량의 대부분을 떠받친다. 정부는 배전망 ESS 설치비의 절반을 국비로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여기서 투자자가 흔히 뭉뚱그리는 지점을 갈라야 한다. 흔히 전력망 테마로 묶이는 종목은 크게 두 갈래다.
한쪽은 초고압 변압기와 전선을 만드는 회사다. 이들은 '새 송전망을 짓는' 사업, 예컨대 장거리 송전선 건설이나 수출 물량에서 실적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새 건설을 미루고 있는 것을 효율로 메우는 쪽이라, 국내 신규 송전 건설 수요를 당장 키워주는 성격은 아니다.
다른 한쪽은 ESS와 계통 운영에 붙는 회사다. 배터리셀과 PCS(전력변환장치), 시스템 통합, 유연접속을 가능케 하는 변전 자동화·계통 운영 소프트웨어가 여기 해당한다. 이번 대책이 직접 겨냥하는 수요는 이쪽에 가깝다.
같은 '전력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도, 건설 사이클에 붙는 회사와 효율화·저장에 붙는 회사는 이번 정책과의 거리가 다르다.
정책 발표가 곧 매출은 아니다. 예산이 실제로 잡히고, 입찰이 열리고, 계약이 공시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종목을 보기 전에 다음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정리하면 이번 대책의 무게중심은 건설이 아니라 저장과 운영이다. 어떤 회사가 그 무게중심에 실제로 올라타 있는지, 그리고 그 기대가 이미 실적인지 아직 기대인지를 나눠 보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