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한국거래소가 최근 3년간 PBR 하위에 머문 기업 명단을 처음 공개하며 한화생명·현대제철 등 151곳이 포함됐다. 이 명단은 상장폐지 같은 제재가 아니라 주주환원과 밸류업 공시를 압박하는 장치로, 과거 정책 발표 때는 기대 급등 뒤 실망 조정이 반복됐다. 명단 등재라는 사실보다 그 기업이 구체적 개선계획을 숫자로 내놨는지, 저PBR의 원인이 업종 구조인지 개별 경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11월 2일 한국거래소가 저PBR 기업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선정 기준은 최근 3년, 즉 6개 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는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계속 머문 기업이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번 명단에는 한화생명, 현대제철 등 151곳이 올랐다. 한때 후보로 282곳가량이 거론됐지만,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이 제외되면서 숫자가 줄었다.
여기서 먼저 짚을 점이 있다. 명단에 오른다고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는 공표 기업을 상대로 경영진 면담과 설명회, 컨설팅을 진행한다. 제재라기보다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를 재촉하는 압박 장치에 가깝다. 명단은 해마다 5월과 11월 두 차례 갱신되고, 산정 기준일 전까지 밸류업 계획을 내면 다음 반기부터 1년간 빠질 수 있다. 상장사들이 공개 직전까지 '막판 밸류업' 공시에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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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 공개가 주가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과거 사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2024년 초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처음 꺼냈을 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도 전에 저PBR주가 먼저 뛰었다. 당시 현대차는 36%, 기아는 31%가량 급등했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주와 지주사, 자동차주가 특히 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막상 대책이 공개되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실망 매물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은 일본과 달리 상장사 자율에 크게 의존했고 세제 인센티브도 약했던 점을 원인으로 들었다. 한 달 뒤 지수를 끌어올린 것도 대형주였고, 중소형 저PBR 기업의 저평가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반도체 같은 다른 변수가 밸류업보다 주가에 더 크게 작용한 국면도 있었다.
그래서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 하나로 매수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단기 재료와 구조적 재평가를 가르는 확인 항목은 이렇다.
이 세 가지가 비면 명단 효과는 단기 이벤트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구체적 환원 계획이 숫자로 뒷받침되면 재평가 쪽에 무게가 실린다. 명단 자체가 아니라 명단 이후의 행동을 보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같은 '저PBR'이라도 원인이 업종마다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은행·보험 같은 금융업은 규제 자본 부담과 이익 변동성 때문에 구조적으로 장부가 대비 낮게 거래된다. 현대제철 같은 철강이나 경기민감 업종은 업황 바닥 국면에서 PBR이 눌린다. 지주사는 자회사 가치가 할인되는 고질적 디스카운트를 안고 있다.
정리하면, 금융주의 저PBR은 규제 구조에서, 경기민감주는 업황에서, 지주사는 지배구조에서 비롯된다. 원인이 다르면 밸류업 압박으로 풀릴 여지도 다르다. 업황 반등이 함께 와야 재평가가 가능한 기업과, 경영 의지만으로 환원을 늘릴 수 있는 기업은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명단을 볼 때 '왜 이 기업이 낮게 평가받아 왔는가'를 함께 따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