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월 24일 대이란 경제압박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2%대 올랐다. 같은 유가 상승이라도 정유사에는 수혜, 항공·해운에는 원가 부담이라는 정반대 신호로 작동한다. 업종을 가르는 기준은 연료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오른 비용을 요금으로 넘길 수 있는 전가력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8월 20일 CNBC 인터뷰에서 오는 24일 대이란 경제압박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하게 공조된 경제적 고립"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예고만으로 국제유가가 반응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89% 오른 배럴당 86.83달러, 런던의 10월물 브렌트유는 2.36% 오른 93.78달러로 마감했다.
주목할 대목은 아직 제재의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은 실제 공급이 줄기 전에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먼저 움직였다.

Joe Ambrogio
이란은 산유국이고,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은 중국이다. 해상으로 수출되는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중국이 사들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압박이 이란 자체를 넘어 이란산 원유를 사는 중국 쪽으로 향한다는 신호가 나오면, 시장은 '이란산 물량이 글로벌 공급에서 빠질 수 있다'고 계산한다.
공급이 줄 것이라는 전망은 곧바로 유가 프리미엄으로 붙는다. 실제 감산이 확인되지 않아도,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는 국면에서는 이렇게 기대가 먼저 가격에 반영된다. 반대로 협상 기류가 잡히면 되돌려지기도 쉽다.
같은 유가 상승 뉴스인데 종목별 반응은 반대로 나뉜다. 정유사에게 원유는 팔 물건의 원재료이자 창고 속 재고다. 유가가 오르면 이미 싸게 사둔 재고의 평가가치가 오르고 정제마진에도 유리해져, 상승 초기엔 수혜주로 분류된다. 다만 이 수혜도 무한정은 아니다. 유가가 너무 오래 높게 유지되면 석유제품 수요 자체가 위축돼 정유사에도 부담이 되므로, 정유주 수혜는 '상승 초기'라는 조건이 붙는다.
항공사와 해운사는 정반대다. 연료비는 이들 업종에서 가장 큰 비용 항목 중 하나다. 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영업비용이 직접 불어난다. 항공기를 띄우고 배를 움직이는 데 드는 기름값이 곧 원가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이익을 갉아먹는 악재로 읽힌다. 이번에 항공·해운주가 유가 급등 소식에 흔들린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를 때 어떤 종목이 유리하고 불리한지는 몇 가지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연료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비중이 클수록 유가에 민감하게 이익이 흔들린다. 항공·해운이 대표적이다.
둘째, 가격 전가력이다. 항공사는 유류할증료로 상승분 일부를 승객에게 넘길 수 있지만, 반영에는 시차가 있고 수요가 약하면 그마저 어렵다. 해운도 운임에 얹을 수 있느냐가 시황에 달렸다. 전가가 잘 되는 국면이라면 원가 부담이 곧바로 실적 악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셋째, 이번 상승이 일시적 이벤트인지 추세인지다. 이번처럼 발표 예고에 반응한 급등은 실제 제재 내용이 나오면 되돌려질 수도 있다. 그래서 24일 발표의 실제 강도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유가 방향을 확정으로 보고 항공·해운을 서둘러 정리하거나 정유주에 몰아넣는 판단은 이르다. 원가 구조로 방향을 가늠하되, 이벤트의 지속성은 따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