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의 방한에 맞춰 두산에너빌리티가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의 핵심 기자재 3종 제작 계약을 확정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현대건설의 참여는 기본합의와 우선협상 단계여서, 같은 협력 소식이라도 종목별 무게가 다르다. 원전 관련주를 본다면 확정된 수주와 아직 기대에 머문 물량을 구분하고, 개별 계약으로 이어지는 시점을 지켜보는 것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이 2026년 8월 14일 방한해 한성숙 국무총리를 만나고 SK, HD현대,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을 논의했다. 1년 만의 방한이다.
이 일정에 맞춰 실제 계약도 공개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같은 날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가는 원자로 보호용기, 지지구조물, 내부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 3종의 제작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 제작성 검토 계약을 거쳐 설계를 다듬은 뒤 나온 확정 수주다.
대상 프로젝트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짓는 345MW급 차세대 원전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건설허가를 받은 뒤 올봄 착공했다. 미국에서 상업 규모로 추진되는 첫 차세대 원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방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진행 중인 사업이라는 점이 이번 소식의 핵심이다.

Felipe Silva
주의할 지점은 참여 기업마다 협력의 단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확정된 계약과 앞으로 계약을 논의할 단계를 같은 무게로 보면 판단이 흐려진다.
| 기업 | 역할 | 진행 단계 |
|---|---|---|
| 두산에너빌리티 | 원자로 주기기 3종 | 제작 계약 체결 |
| HD현대중공업 | 원자로 용기 | 기본합의·우선 제조사 |
| 현대건설 | EPC(설계·조달·시공) | 협력 기본협약 |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나트륨 원자로 관련 공급 기본합의서를 맺고 우선 제조사로 지정됐다. 다만 이 지위는 제안을 받은 뒤 조건을 협의해 개별 프로젝트별로 계약을 맺는 구조다. 후속 물량이 곧바로 확정 수주로 잡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대건설의 EPC 협력 역시 기본협약 단계다.
정리하면 이번에 손에 잡힌 실적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자재 계약이고, 나머지는 방향을 정한 단계에 가깝다.
HD현대중공업이 원전 기자재로 발을 넓힐 수 있는 배경에는 핵융합 설비 경험이 있다. 이 회사는 조선·해양플랜트에서 쌓은 대형 구조물 제작과 정밀 가공·용접 역량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내 KSTAR 같은 핵융합 설비 제작 경험을 더해 왔다.
핵융합 장치든 SMR이든, 고온·고압을 견디는 대형 금속 구조물을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같다. 그래서 한 기업이 두 분야를 오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SMR 협력이 곧 핵융합 기자재 수주로 이어진다고 볼 근거는 아직 공개된 계약에 없다. 공통된 제작 역량이 사업 확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원전 관련주를 보고 있다면, 협력 소식 자체보다 그 소식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나눠 보는 편이 실질적이다.
방한이라는 이벤트는 지나가지만, 계약이 단계별로 넘어가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된다. 기대가 주가를 먼저 움직이더라도, 판단의 기준은 확정된 수주와 그 다음 계약의 실현 여부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