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8월 13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한투는 인수 후 1조 원에 가까운 자본확충 계획을 제시했다. KDB생명은 그룹 순이익의 1%에도 못 미치는 작은 매물이라 당장의 실적보다는 증권·자산운용과 보험 장기자금을 엮으려는 전략적 포석에 가깝다. 지급여력비율 정상화에 드는 자본 규모와 최종 인수가, 주식매매계약 체결 여부가 주가 영향의 관건인 만큼 이 지표들을 확인하며 판단하는 편이 좋다.

산업은행은 8월 13일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선정했다. KDB생명 매각은 2014년 이후 이어진 일곱 번째 시도로, 그동안 번번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던 매물이다.
7월 7일 본입찰에는 한투지주와 한화생명, 흥국생명 세 곳이 참여했고, 막판까지 한투와 흥국생명이 경쟁했다. 승부를 가른 건 가격만이 아니었다. 한투가 인수 뒤 최대 1조 원에 가까운 자본확충 계획을 제시한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 자체보다 인수 후 회사를 떠받칠 자금 여력을 산은이 중요하게 봤다는 뜻이다.

Mikhail Nilov
한투는 은행을 두지 않은 채 증권과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성장한 그룹이다. 여기에는 생명보험 계열사가 없었고,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처음으로 생보사를 품게 된다.
김남구 회장이 노리는 건 보험 자체의 이익보다 그 뒤에 있는 자금이다. 보험사는 계약자에게서 장기간 자금을 확보하는데, 이 장기 자금을 증권·운용 부문과 연결하면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사업의 기반이 넓어진다. 계열 운용사가 발굴한 부동산·인프라 딜을 보험사의 장기 자금으로 소화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KDB생명을 인수하면 총자산 약 17조 원이 그룹 안으로 들어온다. '보험을 지렛대로 삼은 종합금융그룹'이라는 그림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 인수가 실적에 언제 어떻게 반영되느냐다. 결론부터 보면 단기 호재로 보긴 이르다.
규모 때문이다. KDB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29억 원으로, 한투 그룹 전체 순이익의 0.67% 수준에 그친다. 한투는 같은 기간 순이익 1조9150억 원, 자기자본이익률(ROE) 29.6%를 낸 그룹이고 순이익의 90%가량이 한국투자증권에서 나온다. KDB생명이 더해져도 당장의 이익 그림을 바꿀 규모가 아니라는 얘기다.
부담은 오히려 자본 쪽에 있다. KDB생명은 고금리 확정형 계약에서 나오는 이차역마진을 안고 있고,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를 빼면 74.5%까지 내려간다. 이를 정상화하려면 인수자가 1조 원에 육박하는 자본을 넣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운용·보험 시너지도 "자본이 정상화된 뒤에야 작동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지금 단계에서 이번 인수는 곧바로 이익을 키우는 재료라기보다, 자본을 먼저 투입해야 열리는 장기 베팅에 가깝다.
그래서 주가 영향을 가늠하려면 다음 지표를 순서대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먼저 자본확충의 최종 규모와 방식이다.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유상증자로 조달하는지, 그룹 내부 자본으로 감당하는지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와 그룹 자기자본에 주는 영향이 달라진다. 다음은 최종 인수가다. 산은과 한투는 이제 인수가격과 자본확충 방식 등 세부 조건을 협의한 뒤 주식매매계약을 맺는 단계로, 계약이 실제 체결되는지 자체가 첫 관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수 이후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얼마나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오르는지, 그 과정에서 한투의 ROE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이 인수를 호재로 볼지 부담으로 볼지는 '얼마에 사서 얼마를 더 넣고, 그 자금이 언제부터 시너지로 돌아오는가'라는 세 가지 숫자가 확정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