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쉰들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3,250억원 규모 투자자-국가 분쟁(ISDS)이 정부 전부 승소로 최종 확정됐다. 이 소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회사가 직접 물어줘야 할 배상은 없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라면 재무 충격보다 오래 끌어온 지배구조 분쟁의 오버행이 닫혔다는 점을 봐야 한다.
법무부는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ISDS)에서 정부가 전부 승소한 판정이 최종 확정됐다고 9월 28일 밝혔다. 쉰들러가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내지 않으면서 지난 3월 나온 중재판정이 그대로 굳었다.
숫자는 세 가지다. 쉰들러의 배상 청구액은 최종 약 3,250억원(2억1,690만 달러)이었고, 이 청구는 전부 기각됐다. 여기에 정부가 쓴 소송비용 약 96억원을 쉰들러가 부담하도록 판정됐다.
쉰들러는 2018년 소송을 냈다. 애초 청구액은 약 4,900억원이었으나 심리 과정에서 3,250억원대로 줄였다. 8년을 끌어온 분쟁이 국고 유출 없이 마무리된 셈이다.

Sora Shimazaki
쉰들러는 한때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였다. 이 분쟁의 뿌리도 그 지분 관계에 있다.
쉰들러의 주장은 이렇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현 HMM)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으로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유상증자를 반복해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쉰들러는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조사와 감독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신의 투자가 손실을 봤다고 봤다.
소송의 법적 근거는 한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사이의 한-EFTA 투자협정이었다. 중재판정부는 정부의 조치가 합법적인 권한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해 쉰들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이 ISDS의 피고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한국 정부다. 즉 3,250억원을 물어줄 위험을 안고 있던 쪽은 국고였지, 회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확정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재무제표에 배상 비용이 새로 잡히거나 회사 현금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 소송비용 96억원도 정부와 쉰들러 사이의 정산이다.
주주 입장에서 이번 결과의 의미는 대차대조표가 아니라 불확실성 쪽에 있다. 쉰들러 지분과 얽힌 경영권 분쟁은 여러 해에 걸친 회사의 대표적 오버행이었는데, 그 마지막 국제 분쟁 갈래가 닫혔다. 회사 실적을 바꾸는 재료는 아니지만, 오래 걸려 있던 꼬리표 하나가 정리됐다고 읽는 편이 정확하다.
지배구조 분쟁 뉴스를 볼 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소송의 형식에 따라 크게 갈린다. 확인할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송의 피고가 누구인가다. 상대가 정부나 감독기관이면 배상 위험은 회사가 아니라 국가가 진다. 회사가 직접 피고인 소송과는 재무 부담의 주체가 다르다.
둘째, 어떤 근거로 다투는가다. 투자협정에 근거한 ISDS인지, 국내 상법상 주주대표소송인지에 따라 회사 손익에 닿는 경로가 달라진다.
셋째, 확정과 진행의 차이다. 1심 판정과 취소소송, 항소 기간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리스크의 성격이 다르다. 이번 사건처럼 항소 기간이 지나 확정된 건은 되살아날 여지가 없다는 점이 분쟁 진행 중인 사안과 구별된다.
판단의 기준은 결국 하나다. 헤드라인의 금액이 회사 곳간에서 나갈 돈인지 아닌지를 먼저 가려낸 뒤에 주가 영향을 따지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