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10월 30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며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둔 '매파적 동결'을 택했다. 동결이 당분간 엔화 약세를 떠받치면 자동차·철강처럼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 업종에 가격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12월 인상 가능성이 변수인 만큼 원·엔 환율과 BOJ의 다음 회의, 경합 업종 수급을 함께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행(BOJ)은 10월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겉으로는 '유지'지만 시장은 이를 매파적 동결로 읽는다. 9명 위원 중 8명이 동결에 찬성했고, 다카타 하지메 위원은 오히려 1.5%로의 인상을 주장했다. 성명은 앞으로도 정책금리를 계속 올리며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배경에는 물가 판단의 변화가 있다. BOJ는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이미 2% 목표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에너지 가격, AI 관련 수요, 엔화 약세를 물가를 더 밀어올릴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엔저 자체가 인상 명분이 되는 구도다.
Photo by Tuan P. on Unsplash
이번 결정 직후 엔화는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큰 추세를 바꿀 만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달러·엔 환율은 결정 전후로 157엔 안팎에서 움직였다. 동결로 당장의 긴축 속도는 늦춰졌으니, 금리를 매개로 한 엔화의 약세 압력은 당분간 유지되는 셈이다.
관건은 12월이다. 시장에서는 12월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데, 출처에 따라 약 70~80%까지 반영됐다. 다만 이는 시점에 따라 출렁이는 확률이지 확정이 아니다. 인상이 현실화되면 엔화는 강세로 방향을 틀 여지가 생기고, 그 반대면 엔저가 더 길어진다. 미일 금리차가 여전히 2%포인트 중반대로 벌어져 있어,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유인도 아직 살아 있다.
엔화가 약하면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맞붙는 한국 수출 업종에는 그만큼 부담이다. 과거 산업연구원 분석은 일본과 수출 품목이 겹치고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자동차, 철강, 가전, 기계를 대표적인 한일 경합 업종으로 꼽았다. 자동차는 미국·유럽·중동 시장의 중소형차, 철강은 중국·아세안 시장의 판재류가 특히 민감한 영역으로 지목됐다.
다만 이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같은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 내릴 때 한국 총수출은 0.18%가량 줄어드는 정도로 추정한 바 있다. 다소 오래된 추정이지만, 환율 하나가 수출을 좌우하기보다 여러 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가격 인하 대신 상품성 강화와 시장 다변화로 대응해 왔다. 엔저가 곧바로 특정 종목의 실적 악화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뉴스의 결론을 따라가기보다 몇 개 지표를 직접 추적하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10월 동결은 엔저 압력을 끝낸 신호가 아니라 12월로 판단을 미룬 신호에 가깝다. 수출주를 보고 있다면 환율 자체보다,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자리 잡는지와 그에 대한 수급 반응을 함께 확인하는 게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