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양어머니 김영식 여사의 파양청구와 세 모녀의 상속회복청구 1심을 모두 방어하며 오너 일가 소송의 1라운드를 넘겼다. 두 소송 중 지분에 영향을 주는 쪽은 상속회복청구인데, 1심이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유효로 봐 당장의 지분 재편 위험은 낮아졌다. 다만 세 모녀가 변호인단을 새로 꾸려 항소심에 나서면서, ㈜LG 지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너 리스크라는 말로 뭉뚱그리기 전에 소송을 둘로 나눠 봐야 한다. LG가에서 진행 중인 다툼은 성격이 다른 두 개다.
하나는 파양청구 소송이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양자 관계를 끊어 달라고 낸 것으로, 법원은 9월 3일 이를 기각했다. 신분 관계에 관한 소송이라 지분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다른 하나가 상속회복청구 소송인데, 김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이 함께 낸 이 소송이 지분과 얽힌 핵심이다. 1심은 2026년 2월 11일 구광모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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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LG 지분 11.28%는 세 자녀에게 나뉘어 상속됐다. 구광모 회장이 8.76%, 구연경 대표가 2.01%, 구연수 씨가 0.51%를 받았고 김영식 여사는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이 상속으로 구 회장의 ㈜LG 지분은 6.2%에서 15.0%로 뛰어 지주회사 최대주주에 올랐다.
상속회복청구는 바로 이 분할을 다시 따지는 소송이다. 세 모녀 몫을 합치면 ㈜LG 지분 2.5% 남짓으로, 구 회장이 상속받은 8.76%와는 격차가 크다. 세 모녀는 이 분할 협의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고, 여기서 이기면 구 회장 몫의 일부가 다시 나뉠 여지가 생긴다. 1심 재판부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유효하게 작성됐고 그 과정에 기망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협의가 유효하다는 결론이 유지되는 한 지분 재분배는 일어나지 않는다.
될 수 있다. 지주회사 지분을 다투는 소송이 원고 승소로 끝나면 최대주주의 지분이 깎이고, 그만큼 경영권의 안정성도 흔들린다. 최근 사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이다. 재산분할 규모가 커지면 지분을 팔아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지배구조 불안 요인으로 오래 거론됐다. 이번 LG 항소심에서 세 모녀가 그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다만 두 사건의 성격은 다르다. 최 회장 쪽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고, LG는 이미 끝난 상속 협의가 유효한지를 다시 묻는 상속회복청구다. 시작점이 다른 만큼 결론을 그대로 포갤 수는 없다.
1심 결과만 놓고 보면 구 회장은 파양과 상속 양쪽을 모두 막아냈고, ㈜LG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할 단기 변수는 줄었다. 판결이 지분 구조를 직접 바꾸는 단계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난 싸움은 아니다. 상속회복청구 항소심은 9월 4일 서울고등법원 변론준비기일로 시작됐고, 세 모녀는 변호인단을 새로 꾸려 1심에서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입장과 증거를 다시 내겠다고 밝혔다. 확정된 사실은 1심 결과뿐이고, 지분 재편 여부는 항소심의 판단에 달려 있다. LG 지분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항소심 심리 쟁점이 상속협의서의 유효성 자체로 좁혀지는지, 아니면 새 증거로 판이 넓어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