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 재산분할금 9,440억원 가운데 2,440억원만 다투겠다며 재상고해 대법원이 9월 14일 사건을 접수했다. 이번 판결은 SK 주식 이전이 아니라 현금 지급 방식이어서 최 회장의 지분율이나 그룹 지배구조를 판결만으로 직접 바꾸지는 않는다. 투자자는 대법원의 남은 판단과 확정 뒤 자금 조달 방식을 확인하기 전까지 소송을 지분 이동으로 단정할 필요가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이 대법원으로 다시 올라갔다. 대법원은 9월 14일 재상고 사건을 접수했고, 최 회장 측은 인지대로 8억여원을 냈다. 눈여겨볼 대목은 다투는 금액이다.
파기환송심이 정한 재산분할금은 9,440억원인데, 최 회장은 이 가운데 7,000억원은 받아들이고 나머지 2,440억원만 다투기로 했다. 상고 취지를 스스로 줄인 것이다. 소송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남은 쟁점의 크기가 그만큼 작아졌다. 노소영 관장 측의 부대상고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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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은 심급마다 크게 출렁였다. 1심은 재산분할 665억원을 인정했다. 2심은 이를 1조3808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노소영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측 자금이 SK그룹에 흘러들었더라도, 그 돈의 성격이 뇌물인 이상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은 올해 7월 24일 재산분할금을 9,440억원으로 다시 정했다. 2심보다 4,368억원 줄었지만 1심의 14배가 넘는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금액보다 지급 방식이다. 이번 판결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을 노 관장에게 넘기는 방식이 아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 가액에 포함해 계산했다. 혼인 기간 중 주식 가치가 크게 오른 데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분할 비율을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잡았다. 다만 실제 분할은 주식이 아니라 현금으로 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최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의 경영권과 지배권을 뒷받침하는 측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주식 가치는 첫 항소심 변론이 끝난 2024년 4월을 기준으로 산정했는데, 당시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은 약 2조원어치였다. 결국 판결 자체가 SK 지분 구조를 직접 바꾸는 형태는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의 소송이 그룹 지배구조를 흔드는 경우는 대개 판결이 지분 자체의 이전을 명할 때다. 이번은 그 경우가 아니다. 현금 지급이라 최 회장의 지분율과 그룹 지배력은 판결만으로는 달라지지 않는다.
남는 변수는 자금 조달이다. 최 회장이 확정 금액을 현금으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담보로 잡거나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수급이나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다투는 금액이 2,440억원으로 좁혀지면서, 한때 거론되던 대규모 지분 매각 우려는 그만큼 옅어졌다.
정리하면 확인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법원이 남은 2,440억원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판결이 확정된 뒤 최 회장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이 두 가지가 분명해지기 전까지, 소송 자체를 지분 이동으로 받아들여 성급하게 움직일 이유는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