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교전 재개로 WTI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이틀 만에 8% 넘게 뛰면서 S-Oil 등 정유주가 다시 반응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확대라는 두 경로로 정유주에 반영되지만, 이번엔 6월 호르무즈 합의가 흔들린 국면이라 지난 7월과 강도가 다르다. 호르무즈 통항 차단 여부, 정제마진 방향, 재고이익 의존도를 나눠 확인해야 추격 매수의 되돌림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흐름은 반대였다. 2026년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6월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합의 서명으로 봉합 국면에 들어갔다. 여기엔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가 포함됐고, 8월에는 이란과 오만이 통항료를 나누는 방안까지 협의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그 흐름이 9월 들어 뒤집혔다. 미국은 현지시간 9월 1일 정오, 이란 혁명수비대 표적에 대한 재공습을 단행했다. 반다르아바스 항구도시와 호르무즈 해협의 게슘·라반섬, 지로프트 민간공항 등이 대상이었고, 8월 30일 라라크섬 타격에 이어 이틀 만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곧바로 보복 작전 개시를 선언하며 미군 기지 타격을 주장했다.
시장이 반응한 지점은 명확하다. 봉합의 상징이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분쟁 한복판에 놓였다는 점이다. 렉처러뉴스에 따르면 9월 2일 WTI 10월물은 배럴당 90.22달러로 90달러선을 넘어 7월 23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브렌트유도 94.65달러까지 올랐다. 이틀간 상승폭은 WTI가 8.18%에 달했다.

İrfan Simsar
유가가 오르면 정유주가 오른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실제 전달 경로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재고평가이익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서 제품으로 파는 사이 상당한 재고를 안고 있는데, 유가가 오르면 이미 싸게 사둔 재고의 장부 가치가 함께 오른다. 이건 유가 방향에 직접 연동되는 일회성 성격의 이익이다.
둘째는 정제마진, 즉 원유를 휘발유·경유로 바꿔 파는 가공 이윤이다. 이 마진은 유가 그 자체가 아니라 원유값과 제품값의 차이에서 나온다. 유가가 올라도 제품값이 그만큼 못 오르면 마진은 오히려 눌린다. 지금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건 유가가 올라서가 아니라, 전쟁으로 파괴된 정제설비와 운송망 복구가 늦어져 제품 공급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이 이 구조를 잘 보여준다. 7월 1일부터 22일까지 코스피가 8,400선에서 6,797로 약 20% 빠지는 동안 S-Oil은 33%, GS는 27%, SK이노베이션은 25% 올랐다. 시장 전체가 무너질 때 정유주만 역주행한 건 재고이익과 정제마진이 동시에 실적 기대를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같은 유가 급등이라도 배경이 다르다. 7월의 상승은 합의 이행이 진행되는 와중의 변동성이었다면, 이번 상승은 합의의 틀 자체가 흔들린 데서 나왔다. 재개된 것이 공습이 아니라 봉합 구도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 차이는 정유주의 지속성에 그대로 걸린다. 재고평가이익은 유가가 다시 내려앉으면 반대로 평가손실이 될 수 있는 되돌림성 이익이고, 정제마진은 설비 복구 속도에 달려 있어 유가와 따로 움직인다. 유가가 90달러를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정유주 상승이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판단을 붙이자면 이렇다. 정유주 강세가 재고이익 기대에 기대고 있는 국면이라면 유가가 진정되는 순간 되돌림 위험이 크고, 정제마진 개선에 근거하고 있다면 유가가 빠져도 실적이 버틸 여지가 있다. 지금 내가 든 정유주가 어느 쪽 이야기에 반응하고 있는지부터 구분하는 게 먼저다.
공식 발표가 없는 향후 교전 규모나 합의 재개 여부는 지금 단계에선 알 수 없다. 유가와 정유주 모두 미·이란 충돌의 강도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는 구간이라는 점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