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앤스로픽이 2026년 5월 시리즈 H로 기업가치 9,650억 달러를 인정받아 오픈AI(약 8,520억 달러)를 앞섰고, 10월 상장 시 2조 달러 전망까지 나온다. 이 흐름이 국내 종목과 만나는 지점은 몸값 숫자가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앤스로픽과 맺은 반도체 공급계약과 데이터센터 투자다. 관련주는 테마 편입 여부가 아니라 실제 계약과 수요 지속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포브스와 CNBC 보도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2026년 5월 28일(현지시간) 65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H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9,65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알티미터캐피털·드래고니어·그린오크스·세쿼이아캐피털이 라운드를 주도했다.
같은 시점 오픈AI의 기업가치는 3월 유치한 1,220억 달러 라운드 기준 약 8,520억 달러였다. 앤스로픽이 약 13% 앞선 것이다. 2월만 해도 3,800억 달러였던 앤스로픽의 몸값은 석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숫자를 키운 건 매출이다. 5월 발표 기준 연환산 매출이 470억 달러를 넘었다. 8월 들어서는 10월 상장 시 기업가치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일부 투자자는 3조 달러까지 거론한다. 다만 이는 비상장 시장의 기대치이므로 확정된 상장 가격과는 구분해야 한다.
| 구분 | 앤스로픽 | 오픈AI |
|---|---|---|
| 기업가치 | 약 9,650억 달러 | 약 8,520억 달러 |
| 기준 라운드 | 5월 시리즈 H(650억 달러) | 3월(1,220억 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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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자체는 국내 상장사 실적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 앤스로픽은 비상장 미국 기업이고, 그 지분 가치는 국내 증시의 가격 변수가 아니다.
연결 고리는 다른 곳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시리즈 H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어 7월 24일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두 회사와 반도체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와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HBM과 서버용 D램, 스토리지 공급으로 본다.
수요의 크기는 오픈AI 사례로 가늠할 수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스타게이트' 인프라 프로젝트 메모리 공급을 협의하며 월 최대 D램 웨이퍼 90만 장 규모의 수요를 제시한 바 있다. 앤스로픽 계약의 세부는 비공개지만, AI 모델 기업 한 곳이 던지는 주문이 이 정도 단위라는 뜻이다.
SK텔레콤은 앤스로픽과 국내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AI 모델 기업이 GPU·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메모리 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구조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국내 AI 밸류체인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는 건 앤스로픽의 몸값이 아니라 그 몸값을 떠받치는 설비 투자(capex)다. 몸값이 오른다는 건 앤스로픽이 컴퓨팅 인프라에 쓸 여력이 커졌다는 뜻이고, 그 지출의 일부가 계약을 통해 국내 메모리·소부장 매출로 흘러든다.
직거래 구조는 실적의 질도 바꾼다. 엔비디아를 한 단계 거치던 수요가 모델 기업과의 직접 계약으로 바뀌면, 공급 물량과 기간을 미리 확보하기 쉬워진다. 스팟 가격 등락에 흔들리던 매출이 계약 기반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이자 HBM 시장 선두로 꼽혀 왔는데, 여기에 모델 기업과의 직접 계약이 한 겹 더해지는 셈이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앤스로픽의 연환산 매출이 연말 1,000억~1,200억 달러로 실제 10배 성장하는지, 그 매출이 데이터센터 투자로 이어지는지가 국내 종목 실적의 근거가 된다. 매출 배수를 30배로 볼지 55배로 볼지를 두고 시장 전망이 엇갈린다는 점은, 이 기대가 아직 검증 단계라는 신호다.
첫째, 테마 편입과 실제 계약을 구분한다. 'AI 관련주'로 묶였다는 사실과 앤스로픽·오픈AI에 실제로 납품하는 계약은 다르다. 공급계약이 확인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이름만 엮인 종목은 근거의 무게가 같지 않다.
둘째, 몸값 뉴스와 실적을 분리한다. 비상장 기업가치 상승은 투자 심리를 자극하지만, 국내 종목의 이익은 결국 납품 물량과 단가에서 나온다.
셋째, 상장 이후의 재무 공개를 기다릴 만하다. 앤스로픽은 6월 SEC에 서류를 내고 침묵 기간에 들어갔다. 10월로 예상되는 상장에서 매출과 적자 규모가 드러나면, 지금의 기대에 근거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